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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Jul 08. 2015

도쿄 거쳐 홋카이도 2014 7월 (3)

도쿄 그리고 너구리의 행방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인천공항을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계속 날씨를 검색해보지만, 너구리의 행방은 알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도가 빨라진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일찍 세력을 잃고 잠잠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3시에 출발하는 나고야행 여객기가 줄줄이 결항이 뜬 것을 보고 모든 희망을 버렸습니다. 나고야가 지금 태풍 때문에 결항이라면 도쿄에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게다가 정비 점검 문제로 활주로에서 다시 되돌아가 가서 출발이 삼십 분가량 지연되었습니다. 점검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너구리 때문인지 초조하더군요.


그래도 비행하는 동안 태풍은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홋카이도 행을 강행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죠. 착륙한 다음에 구름 위를 날아서 왔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말이죠. 구름 위는 언제나 맑지요.

활주로에 내려 버스로 이동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태풍 전야'같은 날씨였습니다. 아니 실제로 태풍 전야가 맞지요.

처음 계획은 JR패스를 바꾸지 않는 것이었는데 고민 끝에 JR패스를 교환했습니다. 어차피 대중 교통은 필요하고, 정 안되면 오늘 내일 날씨를 보고 카나자와 같이 너구리의 영역을 벗어난 서쪽을 가볼까 마음 먹었습니다.


나리타 공항에 위치한 여행센터이다 보니 JR패스를 교환하는 외국인과 표를 끊는 외국인으로 순식간에 줄이 길어졌습니다.

허겁지겁 JR 패스를 교환하고 6시 52분에 출발하는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표를 끊은 다음에 부리나케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리타 공항은 초행길이나 다름이 없어서 다 낯설더군요. 간사이 국제공항은 눈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는데 말입니다.

첫날 JR패스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이 나리타 익스프레스 덕분입니다. 3,020엔이나 하거든요. 이걸 현금으로 사느니 그냥 JR패스를 쓰는 게 더 저렴할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 때 JR패스를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이 이번 여행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공항 특급답게 캐리어 선반이 따로 있는데, 캐리어  선반뿐만 아니라 직접 번호를 정할 수 있는 자물쇠까지 달려있습니다. 자물쇠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로 적혀있는데, 만약 번호를 까먹으면 종점에 가서야 역무원에게 말해 풀 수 있습니다. 종점이 공항이라면 큰 문제가 없는데 만약 반대편이라면......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거의 새 차량이라 멀끔합니다. 돌아 올 때도 이걸 타게 되겠지만 그 다음에 타게 될 날은 과연 언제가 될까요. 그런데 나리타 공항이 멀기는 정말 멀었습니다. 인천도 그렇게 가깝지 않지만 나리타 만큼은 아니죠. 다음에 오게 되면 하네다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차내에서 무료 인터넷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 열차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안되지만 JR 동일본 역 구내에서는 NTT 쪽으로 JR 동일본 무료 와이파이가 열려있습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도쿄까지 돌아가는 노선과 비싼 가격으로 유명한데, 가격에 대해서는 JR 쪽도 통감하고 있는지 외국인(일본 외의 여권 소지자)에 한해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반값인 1500엔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쿄에서 나리타로 갈 때는 제값 내고 타야 하지요.

도쿄역에 도착하고 보니 의외로 신 아오모리 신간센 막차 시간인 8시 16분 까지 여유가 있었습니다. 애초 계획 중에 하나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도호쿠 신칸센을 잡아타고 북상하는 계획이었는데. 이날 도쿄에서 친구를 만날 약속을 안 했다면 아마 바로 도호쿠 신칸센을 잡아 탔을 겁니다. 너구리보다 일찍  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방금 도호쿠 신칸센을 잡아탈 생각을 한 것처럼 도쿄에 도착하고서는 홋카이도에 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 예보나 도쿄의 하늘을 보니 의외로 도박을 걸어볼 만하더군요. 너구리가 그 전에 방향을 틀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작지 않으니까요. 어차피 JR패스도 교환했겠다. 그래서 숙소가 있는 칸다역에 도착해서 미도리마도구치(녹색창구)에서 내일 새벽에 출발하는 신아오모리행 토호쿠 신간센표와 아오모리에서 하코다테까지 가지는 특급표를 예매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도쿄에 태풍이 몰아치면 그냥 캔슬하고, 괜찮다 싶으면 바로 북상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JR패스는 이런 게 쓸 수 있어 참 좋죠.


일단 친구를 만났으니 밥을 먹어야 하는데, 친구가 생각해둔 가게가 좀 멀다고 해서 일단  체크인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숙소라고 해도 요금과 전기 콘센트 유무만 보고 캡슐 호텔을 예약했는데. 고객의 소리마다 '설마 이게 호텔인 줄 몰랐다'라는 소리를 들어서 구글맵으로 미리 찾아봤습니다.

Capsule Value Kanda, 구글맵으로 미리 찾아보지 않았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좁은 건물입니다. 정말 도쿄에 온 실감이 나는군요. 캡슐 호텔이니까 이렇게 좁은 땅에도 호텔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캡슐이 한쪽 벽에만 모여있는 캡슐호텔은 처음입니다. 일단 도쿄역에서의 접근성과 가격만 보고 찾은 곳이라 상상보다 좁긴 해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캡슐 크기야 일본 어디를 가도 거의 비슷하니까요. 짐을 넣어두고 기다리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갑니다.


드디어 다음 편에 블로그의 이름에 어울리는 뭘 먹는 장면이 나올 것 같습니다. 너구리 이야기만 해서 그렇지 원래 이 여행기는 굉장히 먹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 여행기가 될 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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