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도둑들' 최동훈 감독을 다시 만나다.
암살은 말하 지면 전지현이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와서 총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와는 달리 전지현 원탑... 아니 투탑 영화로 전지현의 비중이 높습니다. 안경은 영화 안에서 키 아이템으로 등장합니다.
한 때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있을 정도로 독립군 영화가 흥했지만 서부극의 변주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부극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급격하게 사그라들지요. '청년 이승만과 독립협회(1959)'같은 프로파간다 영화를 제외하면 독립군이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암살을 보러 가기 전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당연히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아나키스트였습니다. 상해가 주 배경인 것도 그렇고 암살을 다룬 것도 그렇고......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났더니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그런데 닮은 이유가 독립투쟁을 다뤘기 때문이 아니라 홍콩영화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떨어지지 않는 총알이 그렇죠. 아나키스트는 아예 메인 테마가 '삶은 산처럼 무거우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였습니다.
'아나키스트'는 워낙 망작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암살'이 아나키스트보다 뛰어난 점은 얄팍하지 않고 두툼한 스토리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의외로 전지현이 서있습니다. 포스터는 도둑들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전지현 원탑... 아니 투탑입니다.
그런데 이런 두툼한 스토리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 게, 영화 두 편은 만들 수 있는 스토리를 한 편에 우겨 넣다 보니까 슬쩍 넘어가서 얄팍한 부분도 있고 액션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오히려 욕심을 덜 부리고 하나에만 집중했으면 훨씬 경쾌하면서도 무게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경성의 묘사에 감명받았는데, '원스 어폰 어 타임'이나 '모던보이'의 경성 묘사도 훌륭했는데 미츠코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하는 '암살'의 경성 묘사도 무척 훌륭합니다.
일본 근대 스펙트럼 시리즈로 나온 '백화점'이 생각나더군요, 이거 말고 조선을 기반으로 한 백화점이었던 '미나카이 백화점'도 언뜻언뜻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정재가 웃통을 벗는데... 몸이 진짜... 우와... CG나 특수분장이 아니라면 남자 배우 몸 만들기의 신화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수분장(...)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