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마니 유부초밥 이야기.
일본풍 유부초밥을 메뉴에 넣으면서 쌀자루를 뜻하는 '한섬 유부초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에서는 만두 이름으로 더 유명 한데, 섬은 가마니보다 큰 쌀자루를 뜻하는 말이다. 한섬 만두의 섬은 쌀자루를 닮은 모양을 본떠 붙인 이름이지만 한섬 유부초밥의 섬은 갈색 자루에 쌀을 가득 담은 모양을 본떠 붙인 이름이다.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 쌀로 가득한 유부초밥에 딱 맞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쌀자루처럼 갈색 자루 안에 쌀이 가득 들어있는 모습 때문에 일본에서는 여우가 유부 초밥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유부를 고명으로 올린 우동을 '키츠네 우동(여우 우동)'이라고 부르고, 유부초밥을 이나리 스시라고 부르는데, 이나리는 일본의 여우 신을 뜻하는 말이다. 물론 실제로 여우가 두부를 튀긴 유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우가 유부 초밥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여우가 쥐를 잡아먹기 때문이 붙은 설화다.
일본 신사를 가면 여우신 이나리 상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 여우신 이나리는 풍작과 장사 번성을 기원하는 신이기 때문에 어디나 여우신을 꼭 모시고 있다. 일본에서 여우신을 풍작의 신으로 모시는 것은 여우가 쥐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쌀을 쌓아 놓는 곳은 어디서 쥐에게 시달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쥐를 쫓는 여우가 풍작을 기원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런 여우신을 기리기 위해서 쌀자루를 닮은 유부초밥에 여우신 이나리의 이름을 붙여 이나리 초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이나리 신에게 공물로 유부초밥을 바치게 되었는데, 이나리 신을 모시는 총본산인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伏見稲荷大社)의 참배길 입구에는 공물로 바칠 유부초밥을 파는 식당이 여러 곳 있을 정도이다.
이나리 신상 중에 벼이삭을 입에 물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나리 신이 풍작을 알리는 신이기 때문이다. 쌀농사를 짓는 문화권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쌀로 만든 무언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도 한국처럼 술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유부초밥도 쌀로 만든 무언가로 이나리 신에게 올리기 딱 좋은 공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