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나이

나이가 따로 있나?

by 파인트리

60이라는 나이는 정말 많은 것일까요? 숫자로 보면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전하기에는 무리한 나이 일까요? 그건 아무도 정한 적은 없습니다. 맨발로 100대 명산을 정복하신 60대라는 신문기사도 있었고, 시니어 창업, 시니어 모델. 시니어 유튜버등 요즘은 도전에 끝이 없는 기사들이 넘쳐 납니다. 요즘은 인생이 60부터라는 말도 있잖아요. 60을 칭하기를 다시 시작하는 스무살 이라고도 하지요.


말도 많고 이유도 많은 나이 60이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제조현장의 생산직 관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조현장의 사람을 관리하고, 채용하고 생산 일정과 샐러드의 품질과 공정을 책임지고 있지요. 그런 내가 요즘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와, 너는 지금도 일하는 거야? 진짜 부럽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40대 후반에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날 외면했던 친구들입니다.

그땐 다들 이렇게 말했지요.

“야, 무슨 조 공장에 들어간다고?”
“좀 더 찾아보면 좋은 데 갈 수 있잖아.”


하지만 나는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을수만은 없었어요. 마음이 바빴지요. 노는 것을 견디는 게 힘들었어요. 좋은 일자리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일터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 찾은게 제조현장이에요 지금 생각하니 참 잘 선택했지요.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보다 도전하는 나이를 믿게 되었습니다.


전혀 생소했던 생산직의 첫 출근날이 생각납니다.

20여 년 전 첫 출근날 아침 7시 작업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계속 어지럽게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작업복 입은 사람들의 빠른 손놀림.
그리고 정말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나는 투명한 사람 같았습니다. 생산직은 '텃세 심하다'라고 알고는 왔지만 정말로 누구도 반기지 않았고, 그 누구도 말도 붙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입입니다.”라고 인사를 해도 위생복으로 뒤덮인 눈동자만 깜박깜박 일 뿐이었습니다.
“처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을 걸면, “보면 알게 돼요.”단호한 대답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첫날 하루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들은 적 없이, 땀과 낯섦으로만 채워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으니 발등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아는 것은 없어도 무엇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뛰어다닌 덕분에 부딪혀 멍이 든 것도 몰랐던 것입니다. 살짝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물건을 들어 나른 덕분에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져 있었습니다. 움직이기 싫어 바닥에 퍼질러 앉아, 멍한 눈으로 천장을 봤지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후회도 되고 자존심도 심하게 구겨졌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눈을 떴고, 어제보다 더 빠르게 출근해서 작업장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의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늦지 않았던 시기.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내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생산직은 나에게서 많은 걸 빼앗은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줬던 것이지요.


60이 넘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30년 동안 장롱에 있던 운전면허를 빛나게 하고 있지요. 도로 위 운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네요. 다 늙어 무슨 운전이냐 하지만 제 인생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매일 불안과 기대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올해 안에 렌즈 끼우기도 있는데 큰일이네요 올 해가 며칠 안 남았어요. 현장에 냉장창고와 냉동창고가 많아서 안경이 뿌옇게 흐려져 앞이 안 보일 때가 많아요. 거기에 조심성도 없어서 잘 부딪히고 넘어지니까 엄마를 걱정해서 아이들이 사다 놓은 렌즈가 있어요. 내 시력에 맞춘 거라서 비슷한 사람을 찾기 전에는 남에게 줄 수도 없다고 하네요. 눈이 작아서인지 어려워요. 눈꺼풀을 위아래로 크게 밀어내고 눈동자 가운데로 렌즈를 맞추기가 이렇게나 어렵나요? 렌즈 끼우려다 눈물만 한 바가지씩 쏟아요. 하지만 올해 안에 기필코 끼워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60이 넘으니 기대수명만큼 남아있는 시간이 아찔 합니다. 새해에는 노년을 준비하기 위한 진짜 도전을 반드시 실행해 보려고요. 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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