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을 하다 보니 예전에 미처 몰랐던 나를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팔에 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지요.
2kg 아령을 들어도 손이 떨리고 팔이 후들거렸습니다. PT 선생님은 전완근과 상완근이 약하다고 설명해 주셨지만, 제 귀에는 근육 이름보다도 내 몸의 균형이 이렇게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사실만 크게 들렸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특히나 걷기만큼은 자신 있다고 늘 당당했는데, 팔이 이렇게 약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자동차에도 앞바퀴로 끌고 가는 전륜구동이 있고, 뒷바퀴로 밀고 가는 후륜구동이 있고, 네 바퀴가 함께 움직이는 사륜구동이 있잖아요. 나는 오랫동안 다리 힘으로만 밀고 나가는 후륜구동형 인간이었던 모양입니다.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상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모습으로 공원을 열심히 걷고, 뛰기도 했다고 생각하니 참 귀엽기도 하고요. 상상이 되지요?다리는 열심히 가고 상체는 뒤로 버티는 모습을 한 우스꽝스런 아주머니가 저 였나 봐요.
그런데 조화와 균형이라는 말은 우리 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제조 기획 일을 하면서 출장이 자주 있습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제조 현장을 견학했어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거대한 규모와 첨단 자동화 설비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뭘 배울 수 있을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벤치마킹할 부분을 찾았어요. 견학 후 담당자분께 첨단 장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무조건 조화와 흐름에 맞춘다.”였어요. 최신 장비가 아무리 뛰어나도 어느 한 공정이 지나치게 잘하거나 못하면 결국 병목만 생기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는데, 내 몸의 상황과 너무 닮아 있어서 묘한 공감이 일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서너 달 때쯤 지나자 어깨와 가슴에도 조금씩 힘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공원의 철봉에 매달려 보았는데, 놀랍게도 10초 이상 버티더라고요. 예전엔 1초도 버티지 못했던 나였는데 말이에요. 팔에 힘이 조금씩 붙으면서 마음 안에도 알 수 없는 단단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철봉에 매달리는 10초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소소한 자신감을 주었어요. 작은 성공이 큰 자신감을 불러오는 경험을 오랜만에 다시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다리만 뛰는 게 아니라 상체가 함께 리듬을 타고, 온몸을 들어 올리는 기구 운동에서도 근육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급하게 달리지만 상체는 따라오지 못하던 옛날의 그 모습 대신, 팔다리가 함께 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운동을 한다는 건 단순히 근육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시간을 건네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늘 ‘해야 하는 일’만 하던 내가 드디어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내 몸을 이해하고, 호흡을 느끼고, 나를 위한 작은 변화에 기뻐하는 순간들이 좋습니다. 운동 덕분에 노년을 맞이하는 삶도 천천히 균형을 잡아가며 조화롭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제 ‘사륜구동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왠지 든든하고, 조금은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