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 비가 오네요.

빗 길도 운전해 봤습니다.

by 파인트리

운전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을까요? 퇴근길 회사 정문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그날은 비가 왔습니다. 우산을 찾느라 소란스러웠던 것을 나중에 알고 나는 그때부터 시름에 빠졌습니다.

'비 오는 날은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차를 회사에 두고 갈까?'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팀원 한 분이 물어 옵니다.

"팀장님! 비 오는 날 첫 운전 해 보셔야죠?" 나는 속 생각을 들켜버려서 슬쩍 얼굴이 붉어집니다.

"안 될 거 같아요. 그냥 주차장에 두고 갈까 고민이에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내 책상 주변의 동료들 대여섯 명이 의자의 방향을 돌려서 일제히 나를 둘러쌉니다.

"괜찮아요. 비 오는 날은 천천히 가면 돼요."

"이런 날 저런 날 핑계대면 언제 운전합니까?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조금만 천천히 가시면 돼요. 습관들이면 괜찮아요."

"곧 겨울 되는데 빙판길은 어떻게 다니시려고 피하십니까? 피하시면 안 돼요."


알았어요. 알았어. 할 수 없이 응원하는 여러 명의 눈동자에 떠밀려 없는 용기를 쥐어짜서 빗속으로 나섰습니다. 흩뿌리는 빗줄기가 유리창을 흐려지게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이런 내 맘을 어찌 알고 와이퍼가 작동을 해 줍니다. 어설픈 아내를 위해 남편이 자동 모드로 설정을 해 놓은 모양이지요. 잔뜩 긴장을 하고 핸들을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앞 차의 바퀴가 일으키는 적당한 물보라를 보면서 뒷 꽁무니만 따라갔지요. 다행히 커다란 트럭 한 대가 앞에 가고 있습니다. 속도가 50km밖에 안 되네요. 내가 좋아하는 안전한 속도입니다. 안심하고 천천히 따라갑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패인 도로 때문에 한 번씩 덜컹거릴 때마다 내 콧등의 안경이 조금씩 흘러내립니다.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절반이나 남았는데 안경은 코 끝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어요. 한번 쓰윽 밀어 올려주면 좋으련만, 손을 떼면 큰 일이라도 날까 봐 핸들에서 손을 뗄 수가 없습니다. 안경이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도록 더 천천히 집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집으로 들어오는 교차로에 사고가 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사고 때문에 할 수 없이 우회전을 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생겼습니다. 단 한 번도 출 퇴근길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큰일입니다. 낯선 길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말이지요. 안경은 흘러내리고 있고 이 새로운 상황을 해결할 길이 없어 가슴은 두근거립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서 더더욱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줍니다. 겨우겨우 오른쪽으로 끼어들고 보니 금방 유턴을 하라는 신호가 나옵니다. 분명히 유턴을 해야 하는 건 맞는데 지금인가 아닌가 헷갈리기 시작했지요. 그때 뒤차가 가볍게 빠앙 해 줍니다. '아. 나한테 출발하라는 뜻인가?' 짐작하고 진땀을 흘리면서 첫 유턴을 해 봅니다. 배운 대로 침착하게 천천히 핸들을 끝까지 감았다가 풀어줍니다. 휴, 내 생애 첫 유턴을 하고 기뻐할 사이도 없이 어찌 된 일 인지 뒤차는 계속 나를 따라옵니다. 신호에 걸리면 가볍게 빠앙, 다시 알려 주는 듯합니다. 마치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처럼 경적 소리가 고맙더라고요. 어쨌거나 쫓기는 맘, 불안함에 자꾸 백미러를 흘끔거렸습니다. 집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뒷 차는 같이 오더니 우리 집 앞 갈림길에서 헤어집니다. 아, 가는 길이 같았나 봅니다. 초보운전을 앞에 두고 답답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불쑥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긴장 속에 안경은 스르륵, 스르륵, 어느새 코 끝에 걸려 있습니다. 흘러내린 안경 위로 흐린 세상이 모두 보입니다. 시동을 끄고 겨우 안경을 밀어 올립니다. 세상이 다시 환해지는군요. 마음도 시원하게 밝아집니다. 나에게도 운전하면서 안경을 고쳐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새로운 초보운전을 만나면 기꺼이 양보하고 인내하는 선배 운전자가 되는 날도 오겠지요? 날씨 탓을 하지 않고 길 위로 나가는 호기 있는 그날도 오겠지요? 그때까지 초보운전의 떨리는 용기는 계속 진행시켜 볼 예정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보니 동료들의 안부 문자가 와 있습니다.

"무사히 잘 가셨는지요?"

"빗길 운전 그거 별거 아니지요?"

하하. 뒤차에게 몰려다닌 이야기, 안경이 흘러내려도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날 까봐 핸들에서 손을 못 뗀 이야기, 처음 교통사고를 만났고 낯선 길을 가야 하는 두려움에 떨던 이야기 등, 할 얘기는 많지만 안 하려고요. 태연하게 답장했습니다.

"빗길 귀가 완료했습니다.!!!"


빗길 운전 팁을 공부하고 갑니다.

빗길운전 기본 수칙

속도 20~50% 감속: 빗길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지므로 평소보다 천천히 주행해야 합니다.

안전거리 충분히 확보: 미끄러짐과 수막현상에 대비해 앞차와의 거리를 평소보다 1.5배 이상 넉넉히 유지하세요.

타이어 점검: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빗길에서 제동력과 배수성이 떨어지므로,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교체해야 합니다.

빗길운전 시 주의사항

브레이크 나눠 밟기: 급제동은 미끄러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여러 번 나눠서 감속하세요.

전조등·후미등 켜기: 시야 확보와 다른 차량에 내 위치를 알리기 위해 반드시 전조등과 후미등을 사용하세요.

물웅덩이, 코너주의 : 물웅덩이나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급하게 핸들을 꺾지 마세요.

출처[국토교통부] 장마철 빗길운전 안전한 주행을 위해 체크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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