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게 배운 직장인의 삶

스트레스는 풀어야 할까요?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할까요?

by 파인트리

직장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카프카를 생각합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직장은 돈벌이라고만 생각하고 퇴근 후 치열하게 글쓰기에 매달렸던 작가였지요.

글을 써서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친구들이 즐거워하면 그뿐, 정작 생전에는 한편도 발표하지 않았어요.

쓰는 일 에만 만족 한 거죠. 저도 그렇게 만족하는 무엇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지난주 회사일로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팠어요. 완벽한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야 하는데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안고 있었거든요. 완벽해야 팔 수 있다는 대표님 의지에 부합하려니 검수 절차만 몇 가지 인지 모릅니다. 여러 번의 검수 절차는 모두 비용이고 낭비지요. 검수를 완벽하게 해주는 기계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게 요즘의 나의 스트레스입니다. 아, 물론 거액의 비전 장비를 도입하면 어느 정도 해결을 볼 수도 있기는 하지요. 결국 설비는 도입할 예정이에요. 설비를 도입하기까지가 문제인 거죠. 몇 번의 검수 과정을 어떻게 문제없이 잘 끌어 갈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다른 팀에서 쉽게 하는 한마디

"검수를 하지 않으려면 완벽하게 만들면 되잖아요?" 참나, 말은 쉽지요. 그런데 그게 안되니 속이 탑니다.



얼마 전 후배가 묻습니다.

"팀장님! 팀장님은 직장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세요? 팀장님 자리는 우리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는 자리인 것 같아요. 모든 팀과 엮여 있잖아요. "

"왜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제가 요즘 일에 대한 의욕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팀장님 생각이 났어요. 팀장님은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했거든요." 나는 말문이 막혀서 한참 있다가 물었어요.

"퇴근하면 특별히 하는 루틴이 있으세요?"

"아무것도 안 해요." 후배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어요.

"네~. 저는 퇴근 후에 너무 바빠요. 한 달에 한 권씩 모임에서 다 같이 읽는 책을 읽어야 하죠. 루틴대로 운동을 해야 하죠. 브런치 글도 1주일에 한편은 무조건 써야지요. 개 산책도 시켜야 하고요. 식구들이랑 저녁도 먹어야 하고요. 거기에 요즘은 손주 생겨서 귀염둥이 사진 감상도 해야 하고요. 퇴근 후가 너무 바빠서 직장 스트레스를 안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이지 않나요? "

"그러고 보니까 저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 가서도 직장을 안고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 해외여행을 혼자 간 적이 있어요. 혼자 모든 일정을 해결해야 하니 엄청 바쁘더라고요. 정신이 없어서 며칠이 후딱 가버렸어요. 그때 회사 생각은 정말 하나도 안 났고요."


나는 하하 웃었습니다.

"거 봐요. 바쁘게 지내면 직장 스트레스는 안고 있을 틈이 없어요. 그리고 사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돼요. 직장일도 마찬가지예요. 직장에서 어떻게든 잘해 내려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요. 내 몸의 체력 이라든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 계산 따위는 없어요. 결정이 있을 때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이 무엇인가만 생각해요. 도울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돕고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열심히 도움도 받아요. 그러면서 공존하는 것 같아요."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음~~ 하지만 나도 직장 스트레스가 아주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저도 있어요. 나는 우리 회사 최고령이잖아요. 나이 먹어서 다니고 있으니 더 많지요. 나잇값도 해야 되겠고, 경력값도 해야 되겠고~얼른 후배 양성도 해야 되겠고. 하지만 힘든 생각은 점점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 같아서 오래 끌고 가지 않아요. 빨리 떨쳐 버리는 게 좋아요. 스트레스가 있을수록 일정을 빡빡하게 계획하고 몸을 몰아 부쳐요. 바쁘게 살다 보면 스트레스는 어디 간지 모르게 사라졌고 일은 해결되었으며, 나는 또 다음 일을 해결해야 하는 자리에 와 있어요. 제 경험으로는 그래서 퇴근 후에도 바쁜 삶을 추천드려요."


그러면서 그날, 후배에게 프란츠 카프카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법학 박사이자 보험회사에 근무했던 유능한 직장인이었지만, 카프카에게 직장은 그저 돈을 버는 곳일 뿐 큰 의미를 두는 대상은 아니었다고. 대신 그는 글을 쓰는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는 생전에 단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고, 죽기 전에는 친구에게 자신의 원고를 모두 태워달라고 유언까지 남겼다는 내용도. 그럼에도 친구는 그 유언을 따르지 않았고,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카프카를 위대한 작가로 기억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후배는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습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직장인 카프카’를 떠올리지 않아요. 변신을 쓴 작가로 그를 기억할 뿐이죠. 그렇게 보면 그는 결국,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끝까지 붙잡고 살아낸 사람 아닐까요?"

그러면서 후배에게 덧 붙여 말했어요.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끌려다니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살아보자고 말이죠. 그제야 후배는 편안한 표정이 되면서 카프카를 이야기하는 내 말뜻을 이해한 것 같았어요.


사실은 후배에게 카프카의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내 마음이 위로받은 듯했습니다.

"그래 아직도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어보고 노력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