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이란 단어

삶은 연습이 필요해요.

by 파인트리

오랜만에 혼자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시골 친정을 가는 길이지요. 버스 안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습니다. 세 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하니 버스 안에서 시간 보낼 방법을 생각하다가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예술의 경지를 생각하는 뉴욕목수의 이야기입니다. 40년이 넘게 다양한 건축물을 만들고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 다양한 시간들의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읽는 나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 사람의 인생철학 같았습니다.


연습이라는 챕터가 눈에 띕니다. 작가는 "나는 과 할 만큼 노력한다"라고 했습니다. 연습의 첫 문장부터 끌리더군요.


"무언가에 능숙해지려면 꾸준히 연습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몇 년은 걸릴 것이다. 연습 과정은 답답하고 더디고, 크고 작은 고통이 뒤따르거나, 실망감에 젖곤 한다. 무엇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연습하는 이유는 뭘까? 배움을 통해 놀라운 일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음에 드는 일을 정하고 그 일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나고, 귀를 기울이고 연습을 꾸준히 하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봅니다. 버스는 서산을 지나가고 있고 그 옛날 북으로 갔던 소들이 자라던 목장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문득 묵묵히 여물을 먹고 있는 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는 사람은 무엇을 배우든 1년은 배워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학원을 보냈습니다. 정작 나는 1년을 배워 본 게 없습니다. 무엇이든 3개월을 넘지 못하고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시작하면 끈기가 없어져요. 나는 내가 배우는 기술이나 배움이라는 것은 반드시 직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을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업으로 못 할바엔 그만하자"라고 단념이 빨랐습니다. 그때그때 이유는 백만 가지도 넘었어요. 아이들이 어려서 시간이 없다. 아이들이 중고생이라 내 배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들이었지요. 이제 진짜 60이 넘으니 나이 먹어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어느덧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뒤에 앉은 노부부가 투닥투닥거립니다. 책을 읽는 중에도 사실 뒷좌석의 이야기가 다 들렸어요. 무엇을 먹어야 한다느니 , 당신은 여태껏 살았어도 내가 뭘 먹는지 모른다느니, 수군거리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모두 너무나 잘 들립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한 번도 휴게소 간식을 사 준 적이 없나 봅니다. 기사님은 15분을 쉬었다가 갈 예정이니 맛있는 거 드시고 오라고 합니다. 노부부는 투닥거리면서도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나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 연습에 투자한 땀과 시간은 아깝지 않다. 휴식보다 고된 연습을 통해 얻은 배움은 더 달콤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딱 한번 길게 연습했던 것이 있었는데 서예였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어린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하고 있는 나를 격려하시면서 "몸에 베인 먹물은 절대 빠져나가지 않으니 언제고 다시 붓을 잡으시게나"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때 삶이 참 힘들 때였는데 글씨 한 획 한 획을 연습하면서 반듯하고 아름다운 획을 쓰게 되었을 때 얻어지는 맑은 기쁨이 참 좋았어요. 그 기쁨을 맛보고자 어린아이들을 둘러업고 시간을 내어 서예실을 갔어요.


우리들이 사는 곳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 많지요. 단순한 듯 하지만 제조공장도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일들이 많거든요. 나름 기계도 익혀야 하고 손에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와 연습이 필요해요. 사람들 사이에서 견디는 마음의 연습도 필요하고요. 비단 일 뿐일까요? 삶의 여기저기도 연습이 필요하네요.


잠시 쉬러 간 노부부는 휴게소 먹을거리를 한 보따리 사 들고 버스로 올라오시네요. 아내 분은 너무 늦게 와서 1분밖에 안 남았네 어쩌네. 하시면서 여전히 남편 타박을 하십니다. 두 분은 사이좋게 지내는 연습을 못하신 것 같아요.


나는 여전히 버스 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작가의 목공일이 숙련되고 난 다음의 여정들이 너무 재밌게 펼쳐지고 있네요. 책을 읽는 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나를 숙련시키고 싶었으나 그리하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무엇인가 제대로 연습을 하여 익숙한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그래서 나의 경지를 필요로 하는 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