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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Jun 05. 2019

세상을 여행하는 거리 사진가를 위한 안내서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 #1

Kagoshima, Japan. 2019.


국내에서는 사진가보다는 사진 강의서로 더 알려진 필립 퍼키스. 류가헌에서 그의 멕시코 사진전이 열린다고 하여 관련 글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다. 1992년 구겐하임을 통해 멕시코에서 사진작업을 하게된 퍼키스는 3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첫째는 멕시코의 지독한 가난을 찍지 않을 것. 둘째는 여행자로서 비판적인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셋째는 원주민들을 이국적인 모습으로 찍지 않을 것이었다. 이 세가지 원칙은 10년 넘게 거리를 방랑해온 나의 규칙과도 흡사했기에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Istanbul, Turkey. 2012.


거리 사진가에게는 의무가 있다. 오늘도 많은 여행 사진가들이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어댄다. 소위 제 3세계라고 불리우는 나라들로 가서, 그들이라면 숨기고 싶을 순간들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가난을 전시한다. 그들 누구도 유럽에서는 그리하지 못한다. 훗날 그들이 보더라도 부끄러워하거나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눈부신 한 순간이었다고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이 언제나 나의 목표였다.


Kashgar, China. 2015.


조금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그곳의 사정을 이해한 것처럼 오만을 가지는 사진가들도 있다. 문화와 경제상황이 전혀 다른 나라에서 와서 이런 나라들이 돌아가는걸 보고 우리보다 미개하다고 내려다보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또한 이보다 더 무지할 수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내가 외국인이며 나는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일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거리 사진은 내가 이들과 한 마음이 되었다는 착각이 아니라 나와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Valparaiso, Chile. 2017.


원주민들의 토속적인 모습을 전시하듯이 담아내려는 것 또한 거리의 사진가가 쉬이 빠질 수 있는 유혹이다. 대표적으로는 스티브 맥커리 같은 작가가 있다. 전통적인 문화와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억지로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거나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듯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가의 오만은 고스란히 그 사진에서 보여질 것이다. 나는 여러번 말해왔다. 첨단 빌딩이 없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고, 최첨단 인터넷이 없다고 우리보다 가난하거나 미개한 것이 아니라고. 결국 이 세가지 규칙은 한가지 문장으로 함축된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존중하라. 내려다보며 우쭐대지 말아라. 사진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리의 사진가는 눈앞에 모든 것을 올려다보고 존경을 표시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풍경이든 말이다.


Dogon Country, Mali. 2014.


10년간 80개국을 사진으로 담으며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명제였다. 문명국에서 사람들이 감탄해줄 사진을 찍으려고,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고 사진을 찍은게 아니다. 아무도 카메라를 들지 않는 곳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의 한 조각을 찾아서. 지구라는 행성 아래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사진을 통해서 노래하고 싶었다. 오직 그런 나의 마음이 이 사진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Colonia, Urguay. 2017.
Addis Ababa, Ethiopia. 2015.
Serengeti, Tanzania. 2013.
Buenos Aires, Argentina. 2017.
Manakara, Madagascar. 2018.
Hsipaw, Myanmar. 2015.
Punakha, Bhutan. 2015.
Varanasi, India. 2015.
St. Louis, Senega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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