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2>
인문학서이자 산문집인 이 책은 어찌보면 인문학 입문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의문과 삶에서 파생되어지는 잡념들에 대한 그만의 생각과 고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이야기들과는 거리가 멀다. 경험에 관하여, 질투에 관하여, 순결에 관하여 등, 매우 단순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쉽고 가볍지만 그렇기에 무심코 넘길 수 있었던 점들을 짚어주며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글이 1951년과 54년 사이에 쓰여졌으며 원래 1955년에 출간되었던 책이라는 것이다. 거의 60년전의 책인데도 그가 하는 이야기나 인간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그것이 결국 이 책에서 저자가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했던 인간,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삶의 방식이 달라질지언정 결국 인간 그 자체에서 나오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는 의식주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나가지만 글쓰기는 다르다며, 글쓰기만큼은 형식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 말의 증거로 이 책만큼 훌룡한 것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100년전에 태어난 작가가 60년전에 쓴 글임에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글쓰기의 기본을 탄탄하게 지켜왔기 때문이 아닐까.
글만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밥먹고 살기 위해 글도 쓰고 있는 사람으로써 내 자신에게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던 책이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잠깐의 유행에 소비되고 사라지는 글이 아니라, 수십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떨림을 전달해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생각에 공감하는 이라면 구시다 마고이치의 생각, 그리고 그가 생각을 이끌어가는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구시다 마고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