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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Mar 01. 2020

첫, 헬싱키

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7>



작년 핀란드에서 3달을 보내고 오면서 내 자신을 반은 수오미, 즉 핀란드인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게 된, 헬싱키에 관한 책.


저자 김소은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이제 막 결혼한 상태. 직장인이던 남편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다며 직장을 퇴사한 후 둘이 함께 헬싱키에서 한달의 시간을 보내기로 하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에어비앤비로 한달간 살 방을 구하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친구 부부를 만나 이런저런 추천도 받아가면서 느릿느릿 헬싱키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 맛집도 찾아가고 빈티지 샵들도 들리고. 축제에도 참여하고 교외로 놀러도 가고. 그렇게 유유자적 흘러가는 이야기다.

사실 작가의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 사게 되었던 책이다. 파란색 선으로 이어진 그녀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원래 그녀의 작화가 그런지 헬싱키에 대한 이야기라 일부러 맞춘건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그림이 헬싱키의 색깔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하나의 원론적인 질문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여행을 책으로 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 그러니까, 요즘은 참으로 많은 이들이 여행을 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여행을 다녀와서 그걸 글로 쓰면 그게 여행작가요 그게 여행에세이라고 쉽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여행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어디를 갔는데 거기엔 이런게 있고 나는 뭘 했는데 와 멋지더라 그치 신기하지?" 같은 말밖에 쓸 수 없다면 그건 여행작가가 아니다. 여행후기와 여행 에세이는 다르다. 블로그에 쓸 글과 책으로 나와야할 글은 다르다는 이야기.

풍요로운 삶을 살아온 두 남녀의 결혼. 의식주에 큰 걱정없는 부부의 여유로운 여행 이야기. 보기 좋은 모습이지만 그것이 책이어야할 이유가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깨달음이 있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학적인 표현력이 있는 것도,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로 가득차있지도 않다. 그냥 돈을 가지고 여행지에 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을 누구나처럼 하고 돌아온 이야기이다.

쓰고나니 너무 혹평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내용이 나빴단 것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그림이 좋았다. 헬싱키나 핀란드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여행은 같은 곳을 가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고 또 한번 깨닫기도 했다. 단지 책으로써는 조금 아쉬웠다고 얘기하고 싶다. 누구나 쉽게 책을 내는 시대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책 한권의 가치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2017. 02. 완독. 

첫, 헬싱키

-김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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