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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Mar 02. 2020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8>


저자는 사회학자로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작업을 해왔다. 그가 가장 오래 해왔던 작업은 오키나와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인터뷰를 다룬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듣는 직업을 가진 작가가 우리의 사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단편적인'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내려간 책이다.


서문에서 작가 자신이 밝힌바 있듯 이 책의 내용들은 서로 어떤 연결지점이 딱히 없다. 이러이러하니까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하고 떨어지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쭉 다 읽어내려가고나면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나 느껴왔던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 이상한 부분들. 그럼에도 그것이 매우 작고, 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깨 한번 으쓱하고 무시해왔던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이 사회는 이대로 괜찮은건가. 잘못은 단지 그 잘못을 행한 사람만의 것인가. 이 사회의 구성원인 나 자신에게도 일정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의 맺음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억지로 강요받은 근소한 선택지 가운데 몇 가지를 선택할 뿐인데,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으니까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래서는 무척이나 살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자가 말하는 '사회'는 대체적으로 일본이지만, 놀랍도록 그 이야기가 현대 한국 사회와 맞닿아 있다. 박근혜의 탄핵정국속에서 어수선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도 던지는 화두가 있다. 그것은 과연 '단편적'이지만, 변화는 작은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법. 책은 작고 얇지만 한번 꼭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2017. 01. 완독.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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