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채의 포토 산문집 #8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언어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여행을 하냐며 두려워하는 분들도, 제가 영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너는 문제없겠다고 쉬이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여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드넓은 지구라는 행성 구석구석을 탐험하면 할수록 깨닫게 된답니다. 아무리 영어가 세계 공통어라고 해도, 영어를 하는 나라의 수는 생각처럼 그리 많치가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도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도.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진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주 단순한 영어 단어도 모르는 나라에 도착하는 것은 신기한 경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말이 안 통해서 갑갑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사실은 말입니다. 말이 안 통하니까 말이 통했습니다. 예? 이 무슨 이상한 얘기냐고요?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모두 한국어에 유창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언어로 뭉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모두가 말이 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면서도 우리들은 매일같이 서로를 오해하고 싸우며 또 갑갑해합니다.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면서도 또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말이 통해도 서로의 마음을 가늠하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말이라는 것은 그저 시끄러운 잡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고 해서 그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말이 통한다는 것 또한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말이 통합니다.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하고 간절하다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분명히 전해집니다. 세상을 여행하며 이런 경험들이 제게는 무척 많았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만났던 교통경찰 아저씨가 생각이 나는군요. 관광객 하나 없는 외진 곳을 홀로 걸어 다니는 제가 신기했는지 저를 멈춰 세운 이 남자는 정말 아랍어 밖에는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금방 제가 아랍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저 또한 그가 영어 한마디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도 우린 긴 대화를 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저에게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저 또한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손짓 발짓도 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떻게든 전달이 되었습니다. 우린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말이 참 잘 통했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면서도 10분이 넘게 우리가 나눈 그 이야기는 제가 이집트에서 나눈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였습니다.
비단 이집트뿐이었겠습니까.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이 아닌 눈을 바라보고,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고자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때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언어라는 것에 너무 의지해 정작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구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란 결국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위한 과정인 것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마음속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내보입시다.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말로도 마음을 전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전하는 것은 말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