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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백의 미

가을날

by Kcherish

약간 오랜만에 돌아왔다. 오늘은 정말 지극히 평범한 나의 주말 일상을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일정을 딱히 표기하진 않았다.

아침에 8:30부터 수학 과외가 있었다 과외선생님이 나랑 꽤 잘 맞아서 그런지 2시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하는 과외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는 브런치를 먹으러 하남으로 총총 걸어갔다. 한 40분? 걸었다.

가는 길에 찍은 거

날이 정말 너무 좋다. 하늘이 파랑 치는 듯하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녹아내릴 듯 쬐이는 햇살의 조화는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사실 원래 우동을 먹고 싶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없어서 눈앞에 있던 브런치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브런치빈 더블치즈파니니(9.9)

세상에 살다 보면 꼭 모든 게 계획에 맞춰 이뤄지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오늘만 해도 계획상 친구와 성수를 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인 것은 이렇게 계획에 없었던 날들에 마주치는 우연한 무언가 들이 모든 게 완벽했던 계획에 따른 날들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청명한 하늘과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귓가를 스치는 가을바람 따뜻한 치즈와 바삭한 감자튀김 화목한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소리들 이런 것들은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무계획의 주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참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가. 색채로 가득 찬 세상이라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백지의 내가 오히려 여백이 되어 이 세상의 미를 더한다.

파니니는 예상했던 그대로 평범한 맛이었다. 감자튀김은 따뜻하고 바삭해서 맛있었다. 그리곤 같이 놀기로 했지만 놀지 못한 친구와 연락을 했다.

세상에는 오해가 많다. 각각의 의도가 다르기에 가끔씩 어긋나는 톱니바퀴처럼 잘못 돌아갈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생명체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잘못 돌아가는 톱니면 또 어떤가 그저 다시 끼워 맞추면 될 일이다. 이해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확정 지었다. 안 그래도 영화입시학원 과제로 <조커:폴리 아 되>를 봐야 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예매화면

시간이 뜨길래 자주 가는 카페에서 책이나 읽고 공부나 좀 할까 싶어 들렸다. 또 아메리카노 시켰다. 나는 커피광이다.

Save the cat!:흥행하는 영화 시나리오의 8가지 법칙

요즘 읽고 있는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책이다. 쉽고 재밌어서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일반적인 작법서라기보다는 영화라는 문화자체에 한 차원 더 가까워지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공부를 좀 하다가 영화를 보러 갔다. 감상평은

이렇다. 영화를 보고는 다시 카페로 돌아와서 공부를 조금 더 하다가 집으로 총총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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