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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께이기에 터뜨리는 불꽃

가을날

by Kcherish

#3 10월쯤 되니까 날이 예쁘게 풀리는 거 같아 신기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4년의 여름도 못내 흘러가나 보다. 오늘은 세계불꽃축제가 있는 날이다. 원래는 친구와 보러 가려 했지만 혼자 놀고 싶었던 관계로 정확히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클라이밍 후유증으로 근육통이 온 팔을 조금 풀어준 뒤 짠 일정은 이렇다.

24.10.05 Notion

이러고 샤워하고 화장하고 보니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더라…그래서 아마 지금 이걸 쓰고 있는 도토리 가든에서 짐작하건대 뮤직컴플렉스서울은 못 가지 않을까 싶다.

여튼 안국역에 도착해서 좀 걷다 보니 도토리가든에 도착했다. 불꽃축제 인파가 100만 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길래 사람이 좀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대기를 한 15분-20분 정도 한 다음 들어왔다. 아사이요거트볼이랑 바닐라라떼를 시켰는데 요거트볼을 만드는 걸 실제로 바로바로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도토리 가든 전경

먼저 아사이요거트볼을 받고 그다음 바닐라라떼가 나왔다. 원래는 리얼블루베리를 시키려 했는데 시즌 메뉴라길래 아사이요거트볼을 시켰다.

아사이요거트볼

맛은 그럭저럭 아마 아메리카노 같이 시켰으면 맛있었을 것 같다. 벌꿀집도 단데 바닐라라떼까지 다니까 단 걸 많이 못 먹는 나는 정신이 혼미해질지경ㅋㅋㅋ

한 입 먹은 아사이요거트볼(21.5)&바닐라라떼(6.5)

솔직히 아사이요거트볼 너무 비싼 거 같다. 카페 분위기도 좋고 나오는 피아노? 바이올린? 노래도 내 스타일이라 한 번쯤 더올만 하긴한데 그릭요거트는 안 시킬 듯ㅎ 그래도 새콤달콤 한 번은 먹어볼 만하다. (이 카페 작업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듯(2층 기준))

도토리가든 안국점

나갈 때 찍어본 베이커리랑 그릭요거트 만들어주는 곳 ㅎ 그렇게 룰루랄라 맛있게 먹구 국립현대미술관서울로 갔다. 15분 정도 걸었는데 북촌거리거리마다 담겨있는 한국이 너무너무 예뻤다. 현대의 것들과 적당히 조화된 한국의 정취는 정말로 어디 기성잡지사의 이름 없는 포토그래퍼의 페이지를 보는 듯 내가 아는 흑백의 서울과 사뭇 달랐다. 모든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제각기의 미를 뽐내기에 다른 의미로 눈 둘 곳이 없었다. 도착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오랜만에 오는 거라 설레기도 하고 광활한 공간에 절로 입이 벌어지기도 한다. 원래는 [다원예술 2024: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전시를 보려고 간 건데 아쉽게 전시 중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보게 된 전시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었다.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주제라 가볍게 훑어보기로 결정했다. 전시 하나당 2000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24세 이하는 무료라 그냥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표

전시장 가기 전에 거울이 있길래 하나 찍었다. 저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는 형식이었다. 원래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싱기하당ㅇㅎㅎ

전시 사진

대애충 페미니즘 관련된 전시였는데 감명 깊진 않았고 그냥 미술관 분위기 만끽했다.

진자 코수술 시급;; 나중에 무조건 한다… 용양봉저정공원 가는 길에 찍은 광화문 종로거리들

무슨 넉넉 페스티벌 같은 푸드 페스티벌도 하더라. 내일 가볼까 생각 중…

여의나루는 한 번이면 족하다.

작년에 마포대교에서 봤는데 늦게 와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장소가 원래 그런 건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번에는 좀 멀지만 사람이 그래도 적다는 용양봉저정공원으로 결정한 거다. 근데 1시간 전쯤 그러니까 6:30쯤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왔는지 경찰이 더 이상 못 올라간다고 앞에 계단을 막고 있었다. 내년에는 더 일찍 와야지…(이 장소 꽤 괜찮은 듯)

현재시야

아쉬운 대로 그 앞에 있는 도로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봤다. 나무에 가리긴 했는데 높이 터지는 것들은 잘 보이니까 괜찮았다.


세계불꽃놀이축제

이번 불꽃놀이는 일본•미국•한국(한화)가 참여했다고 한다. 저 순서대로 진행했는데 역시 개최국의 불꽃이 가장 크고 아름답게 밤하늘을 수놓았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서 노래를 못 들은 게 아쉬웠다. 보는 내내 하늘의 별이 내리는 것 같아서 디오의 별 떨어진다라는 노래가 생각나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아리따운 가을밤이 우박일듯 눈앞에 번쩍였다. 너무 예쁘다. 소소한 일상에서 이런 이벤트들이 종종 있으니 세상이 형형색색의 불꽃으로 물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고운 인파가 누구에겐 청승맞다, 유난이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다색의 불꽃처럼 번뜩였다. 역시 이번 불꽃도 보겠다고 결심하길 잘한 거 같다. 혼자였지만 혼자여도 좋을 만큼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터뜨릴 수 있었던 하루였다.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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