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람
선선히
불어오던 저녁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마주 앉아
조곤히 화를 내고
가슴을 찢어
심장을 꺼내 놓았다.
파란 줄기가 윤이나는
둥그런 양파를 닮은
그것을
한거풀 씩 벗겨내고 있었다.
나의 허물을 한번
너의 무관심을 한번
언성을 조금 높여
서로의 이기심을
마구 벗겨낸다.
그렇게 밤이 늦도록
서로를 풀어헤치며
너의 진심을
나의 가식을
확인하고
싶었다.
방안엔
수북히
쌓인
서로의 거풀들이
열린 창틈으로
바람에
흩날리더니
우리는
눈이 너무 매워
눈물이 났다.
마지막
한 거풀을
서로 벗겨 낸 후
당신과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사라진 서로를 찾아
두리번 거리다
이름을
한 번씩
부르고 난후
대답이 없는
그런
조용한
밤이 되었다.
사람도
사랑도
존재도
허무한 밤이
쪼개진 달빛이
창가에
더디게 말라 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