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밤

우리 만날래? XX 좀 걱정해 줄까?

by 승환

살면서 한 번씩

걱정을 해줘야 해


여자들은 카페 가서

시어머니 걱정, 남편 걱정


남자들은 대폿집에서

마누라걱정, 사장, 부장 걱정


소주를 먹을 땐 말야

불판에 암거나 올려놓아도

잘 익어

먹음직해


그래 마누라가 뭐?

자식 놈이 뭐?

저런 저런 어쩐다냐

한잔 받아


불판에 올린

친구 놈의 자식과 마누라를

한 젓가락에 집어서

쌈장을 덕지하게 묻히고

상추에 싸본다.


친구도 한입

나도 한입


이모 쏘주 한병 추가요.

안주가 떨어져서

친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마도 내 마누라와 없는 자식을

불판에 올리란 얘긴가?


나는 슬쩍

존경하는 우리 대통령각하와

국회의원 몇 분을

불판에 올려 두었다.


자잘한 걱정대신 너무 큰 걱정이 올라왔다

한입에 안 싸 사지는 분들을 억지로

구겨 넣고 우걱 거린다.


밤새 술을 마셔도

안주가 남을 판이고

사는 게

온통 걱정 투성이인데

소주는 왜

이다지도 달단 말인가?














........................


어제저녁 친구와 나는 술을 마시고

가정과 가족과 나라를 걱정했다.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고

울음을 웃음같이 짓고

서로 견주듯이 울변을 토하였다.

내가 더 힘들고 비참하고 그렇거든

아니 내가 더...


그래 니가 이겼다

내가 덜 힘든 거 같아서

술값을 내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왠지 진짜 진 게 진 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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