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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부부 1

부부그룹상담

by 승환

7시까지 첫날은 늦지 않게 출석시간을 맞춰달라는 문자를 다시 확인하고 부리나케 서두른다.

옆지기와 각자 알아서 시간 내 참석하기로 하였기에 나만 알아서 가면 된다.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을 맞아서 인지 한가하다고 생각했던 6호선 지하철도 사람이 북적인다. 두 정거장이면 내릴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귀찮아서 사실 가까운 거리면 걷거나 버스를 선호한다. 오늘은 어쩔 수없다.

작년 여름에 받았던 부부심리상담을 한 부부들에게 대면으로 심리상담프로그램을 할 의사가 있는 전화가 왔었다. 옆지기와 상의하고 확답드린다 했는데 이미 옆지기도 문자를 받았고 최근 소원한 관계를 생각해서인지 하자고 한다. 그리고 오늘 첫 참석이다.

장소는 홀트아동복지회 지하에 위치한 마포가족센타이다.

어쨌든 세금을 낸 거 이상 혜택을 누리는 것 같아 이런 프로그램이 고맙기는 하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자마자 몇 걸음 걷지 않고 장소가 보인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어릴 때 동네에 같은 골목에 있었다.

조그만 주택에서 시작된 사업이 이젠 제법 덩치가 커졌다.

아이수출이라는 오명도 있었고 이제는 우리가 살만큼 살다 보니 아이 수출은 없을 듯한데 어떤 사업으로 저 덩치를 유지하나? 출생률을 자꾸 주는데 역으로 아이를 수입(?)하는 사업을 해야 하나 쓸데없는 오지랖이 들기도 한다. 지 코가 석자인데 뭔 걱정이 많은지...

장소에 도착하여 보니 사람들이 설렁설렁 모이기 시작한다.

테이블을 치우고 원형으로 의자만 배치가 되어 있다. 상담하다가 수건 돌리기 할 건가 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4쌍 8명의 참가자와 심리상담진행 남자분, 부진행 여자분 모두 이렇게 10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첫날이라 가벼운 소개와 각자의 부부명을 닉네임을 만들고 이름표를 만들어 목에 건다.

부부가 바라는 것 어려운 것 등등 희망을 담아 작명을 하라고 하였기에 둘이 핸드폰에 적어가며 이런저런 이름을 구상하다가 옆에 부부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이름을 바꾸어야 했다 같은 이름을...

네 쌍의 부부들은 아마도 30대 그리고 한 팀은 40 언저리 정도일 듯했다. 50대의 부부인 우리가 선택된 것은 어쩌면 연령 구색을 맞추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했다.

진행 상담선생님은 나이가 좀 지긋해 보이셨는데 마스크 위로 눈가가 개그맨 정성호를 닮았다 눈빛과 표정 제스처가 자연스럽고 풍부하다. 오버스러워 보일 수 있는 표정의 다양함이 적절히 사용되고 말하는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부진행자분은 여자치곤 키가 꽤 큰 아마도 180은 될 듯하다. 옆지기의 키가 178인데 더 커 보인다. 마른 체형이어서 일 수도 있지만...

진행자분이 첫날 이런저런 설문을 작성하고 앞으로의 프로그램에 대한 당부와 진행을 설명해 준다.

강의식이나 설명을 하지는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라는 것 같다.

둥그런 죄석의 의미는 서로에게 편하게 대활 유도하기 위한 방식인 듯하다.

옆 좌석의 마동석 같은 친구가 아마도 교포인 듯하다 알콜릭 등 심리 치료할 때 이런 식으로 집단 상담을 받는 것을 본 거 같다고 한다.

진행자는 슬쩍 말문을 트이게 끔 유도를 하고 한 사람씩 이야기를 하도록 이끈다.

이런저런 내용들은 다 기억이 나지 않고 이야길 할 수는 없지만 첫날 프로그램을 하는 중간에 꽤 흥미 있고 유익한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남편들에게 가지는 불만의 양상이 모구 흡사했다.

어떤 기질이나 남편들의 성향이 일치하는 것인가 의구심을 질문하였지만 진행자분은 남자들 성향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기존에 심리검사를 한 데이터를 보고 있을 테니...

소통을 하는 데 있어 불편을 느끼고 답답하게 하는 이런 남자들의 공통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러면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사람의 퍼스낼리티의 유사성보다는 어찌 보면 구조적인 또는 학습된 남편의 모습일지 그런 경우 비슷한 성장환경이나 어릴 적 성격생성에 비슷하게 압박을 받은 트라우마의 유사성인지.

첫날은 다 진행되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다음 주로 넘어간다.

이곳에서 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직접 찾으라고 하고 느끼라고 한다.

첫날 상담에서 느낀 것을 5자 내외로 표현해 달라고 한다.

난 타산지석, 역지사지 같다는 말을 했다.

다른 부부들의 고민을 듣다 보니 내일이 아니었기에 좀 더 객관화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어찌 보면 이해를 하고 통찰을 해야 한다.

나에 대해서 옆지기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는 방법, 어쩌면 이것이 문제일 듯하다.

첫날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시작이니 앞으로 시간에서 좀 더 배울 수 아니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끝나고 집으로 옆지기와 걸어오는 시간에 좀 더 편안해진 그녀를 보고 마음이 나도 눅진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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