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수북히 싸옇던
방충망의 구멍들이
점점 커지더니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구멍이 없는
방충망이 되어서
벌레도 바람도 지나지 못한다.
봄꽃들의 아우성에
늦은 청소를 한 후
나는 간지럽던 귀가 시원해졌다.
겨우내 방충망 밖에서
들어오지 못한 것들이
많았나 보다
언제 부턴가
내방 창가로 누군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침 나절 해가 떠 오를떄
누런 빛줄기를 타고 오더니
비가 내리던 저녁에는
창가에 튕기는 물방울 속에서도
그가 있었다.
졸음이 쏟아지는
어느 사월에
바싹 자리잡고 앉은
창가가 싫지 않더니만
내 몸에
여기 저기 파란 싹들이
돋아났다.
그제야
내가
화분인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