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슬그머니 찾아온 봄볕을 마중 나가는 것을 주인 허락도 없이 하였다가 매를 맞았다
봄바람에 아침볕을 받으면서 잠깐 담배를 한대 핀 거지 담배 피우다가 봄바람 봄볕을 맞은 게 아닌데 당최 믿질 않으신다.
아침나절 일이 바쁜 거도 아닌데 아무리 천 것이라도 뉴스도 보고 세상소식 좀 둘러볼 참으로 핸드폰에 조금 눈이라도 맞출라치면 얼척없이 게으른 종놈이 정신줄 놓고 딴짓을 하는 거라 또 회초릴 든다
네놈이 무어라고 감히 아침밥을 거저먹는다고 마님이 노발대발하신다
네네 쇤네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파를 쓸까요 지금 끓기 시작했습니다
찬을 내어오고 예다 담아서 수저를 가지런히 하고 다되었습니다
이것을 이것을 보아라 어휴 못한다 정말
네 눈엔 이게 사람 먹을 밥이란 말이냐
그래 다 준비해 놓은 것도 못 하는 것이 머저리란 말이냐?
정성이 없이 어찌 찬하나도 제대로 만들겠는가? 나는 네놈에게 밥을 줄 때 처음부터 다 잘해서 자려주었단 말이냐 아둔한 녀석 같으니 가르쳐주면 네네 넙죽 절을 하고 배울 생각을 안 하고 주둥이를 댓 발 내밀기만 하니 어찌하는 짓 하나 예쁜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는 거냐?
고얀 지고
고얀 지고
그럭저럭 나는 먹겠는데 무어 그리 까탈스럽습니까?
요기 조금 저기 살짝 달라도 다 거기서 거기인데 그리 못마땅하시니 억울합니다
쌍것들이나 먹지 이걸 어찌...
어디 국이며 찬이며 다시 끓이지 않고 레인지에 대충 데워놓고 어찌 성의가 이리 없단 말이냐?
밥을 다 먹음 바로 설거지를 해야지 쉬는 날 하루 이것도 제대로 못하고 미루면 그 너저분한 꼴을 보고 내가 참으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