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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1

습작 사이버펑크

by 승환

"아빠 언제 집에 와?"

" 어 인제 곧 일 끝나니까 금방 갈 거야"

" 왜 무슨 일 있니?"

" 어 아니 오늘 선생님이 조금 이상해. 자꾸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랬어 그런데 이젠 안 나와 공부도 다 안 했는데 아픈가 봐 방에 들어가셔서 안 나와."

" 어 그래 선생님이 많이 피곤하신가 보다 어쩌면 감기라도 걸리셨나 보네"

" 준석이 혼자 책 보고 있을래 아빠가 곧 집에 갈 거야"

" 어 알았어. 빨리 와야 돼"

전화를 끊고 한숨이 나왔다.

편부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선생님을 집에 드리고 한시름 덜었다 했는데 아무래도 선생을 교체 하여야 할 듯하다.

혼자서 살면 그냥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으로 혼자서 살아 보기도 하였지만 역시 사람이란 게 외로움을 견디기 쉬운 존재는 아니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좋겠지만 예전 부모님 세대처럼 가정을 꾸리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병규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상냥하고 예쁘고 내게는 과분할 정도의 여자였다. 아마 꿈이었다고 하여도 병규는 좋았었다. 내 인생 전체에서 그때만큼,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정말 행복했다.

그녀와 연인처럼 그렇게 둘이 살았어도 좋았었을 것 같다.

아이가 생기면서 나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완성되어 가는 것에 흡족했다. 남자로서 어른으로서 의당 해야 할 일들이지만 결코 꿈꿀 수 없는 현실을 나는 만들어 냈 는 야릇한 성취감과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더 이상 결혼이라는 이상한 굴레를 지으려 하지 않았다.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이고 모두들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런 이성적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관계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 없이 결혼이란 게 쓸데없는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가 죽어 버린 후 병규는 한동안 고민에 빠져있었다.

사실 준석이는 병규의 친아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완벽무결한 가정의 모습에서 깨져버린 후 아이의 존재는 더 이상 나에게는 자랑거리도 내세울 일도 못되고 이상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핸드폰의 앱을 켜서 선생과 접속을 시도하였다. 아무 반응이 없다.

‘결국은 올 것이 온 것 같다.

내 경제력이 충분하였다면 이런 것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새로운 선생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남들이 나를 강박증이라고 하여도 어쩔 수 없다.’

비용이 들고 궁핍해지더라도 나는 설렁설렁 눈속임 같은 일은 견딜 수가 없다 병규는 스스로 만족하고 납득하지 못한다면 남들에게 보이거나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좀 더 비용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알리나 아마존을 서치 하기 시작한다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배송이 문제일 수도 있고 관세가 부담이 된다.

병규는 중고를 찾아 이베이를 검색해 보다 포기하고 인터넷을 나오려다 뉴스란 밑에 큰 광고 배너를 발견했다.

포로모션 중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세일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싸구려만 찾아본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회원가입을 하고 대화창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채팅창에 원하시는 서비스나 상품명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가정교사를 원합니다. 30 대 여성 아이들 교육과 간단한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외모는 얌전하고 무난했음 합니다."

"혹시 부인과 상의를 하셨나요?"

" 아 그런 것도 상의를 하여야 하나요? 전 다행히 아내가 없습니다."

" 아내분 동의 없이 계약을 하셨다가 취소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급적 상의후 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 부인이 안 계시는데 이런 경우에는 저희 특판 상품을 권해드렸음 합니다."

"쓸데없이 비싼 상품은 관심이 없습니다. "

"저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고 있습니다"

" 네 일단 제가 몇 가지 상품 안을 견적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입 하신 메일로 지금 보내드렸으니 확인해 보시고 다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부터 ai 상담사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다시 사람들이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해서 살기가 좋아져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중 간단한 것을 다시 뻇아와야만 했다. 놀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에게도 곤란한 문제였다.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공공근로와 같이 사람들에게 일을 권장하고 있었다.

‘옆집 아줌마 같이 오지랖을 부리는 상담사라니... 이런 젠장 브랜드 업체라 그런가 까다롭기 그지없군’

병규는 아이가 혹시 선생방을 들어갈지 몰라 퇴근을 서두르고 일단 집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 오니 아이는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

자꾸 보니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저려온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키워야 할 아이가 나는 편법으로 몰래 혼자 키우는 샘이다.

반지르한 볼을 쓰다듬다가 문득 나는 이미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병규는 무엇이든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안고서 이마에 조용히 키스를 했다.

"어 아빠 왔어? 언제 온 거야?"

아이의 목소리는 만화영화 속의 성우가 이야기하듯 늘 맑고 싱그러웠다.

"어 방금 왔어, 혼자 있기 심심했지? "

"어 그런데 아빠 선생님은 아직도 방에 있는 거야 아까까지도 안 나오셨어."

"음 선생님은 몸이 아프셔서 집에 돌아가셨어."

"우리 집에 같이 사는데 선생님은 또 어디 집이 있어?"

"그럼 선생님도 아빠 엄마가 있는 집이 있지 그리로 가셨어."

" 그럼 선생님은 언제 다시 와?"

"음 선생님은 이제 안 오시고 다른 선생님이 오실 거야."

"아 왜 선생님이 와야지 다른 선생님은 싫어 싫어"

"준석아 선생님이 너무 아프시니까 병이 다 나으면 오실 거야 그동안에는 다른 선생님이 오시는 거야 그러니까 새로 오신 선생님에게도 말 잘 듣고 잘해야 해 알았지?"

"네 알겠어요 선생님이 빨리 나으셨음 좋겠다"

"그래 준석이가 걱정하니까 선생님도 빨리 나으실 거야 , 이제 고만 자야지 잠 안 자면 준석이도 선생님같이 아야 할래? 어여 자러 가자"

"네 아빠"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강제로 잠을 재웠다.

병규는 견적서를 확인하기 위하여 메일을 열어보려다 일단 선생을 방에서 꺼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생각보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한 번 경험이 있기에 차근차근 선생을 분해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안 쓰는 담요를 찾아 바닥에 깔고 커터칼을 이용해 목과 허리춤의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가죽이 생각보다 질기다는 것을 봐서 다른 동물들의 가죽을 벗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 뒤 경추와 치골 위쯤을 한참 칼질을 하니 볼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보이게 만들었으면 좋을 텐데 당분간 필요 없이 10년을 가리라고 장담을 했건만 역시 몇 년을 가지 못했다.

배터리팩만을 바꿀까 했지만 단종된 모델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렸다.

그래도 일이 주는 버틸 줄 알았는데 사달이 나버렸다.

준석이 녀석은 알고 있었으면서 능청을 떤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뭐가 되었든 상관없는 일이다, 오일들이 흐르지 않게 분해 후 세 동강 난 선생을 트렁크에 옮겨 담았다.

머리가 안 들어간다. 부직포 가방을 찾으러 가는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바빠죽게는 데 누구람 짜증이 났지만 어머니였다.

"네 어머니"

" 어 그래 집이니?"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 무심한 녀석 아버지가 한마디 했다고 아예 왕래도 끊을 생각이니?"

"네가 이핼 해야지 아버지인데"

"제가 사는 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시는 건지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준석이 한테 그렇게 대하실 거면 굳이 보고 싶지 않아요"

"얘 그래도 니 진짜 아들도 아닌데 왜 그렇게 헛돈을 쓰고 그러고 사니?"

"결혼을 안 해도 좋으니 그냥 여자라도 만나고 그래야지 혼자 그렇게 사는 게 뭐니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 말을 알겠는데 저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인생이란 게 혼자 아닌가요? 저희 세대는 어머니 결혼하시던 2020년대가 아니예여 그냥 받아 드리세요."

"일단 우리가 노력은 하고 있으니 마음 풀고 집에나 한번 들려라. 그리..."

"엄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거든 나중에 통화해 끊을게"

부모들은 모른다. 누구보다도 당신의 아들이 가정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지 어차피 고릿적 이야기를 하셔도 세상은 바뀌고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부직포 가방을 가져와 머리를 마저 담고, 핸드카에 싣고 끌고 차에 실었다,

뒷바퀴가 푹 내려앉았다 빨리 처분을 해야겠다.

병규눈 배터리만 살아 있어도 중고로 올려볼 텐데 아쉬워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십 대들이 구매해서 애먼 장난을 할 수도 있어 버리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유지보수와 통신서비스도 약정이 다 되었고 월정액을 내는 게 아까워 해지를 하려다 메일을 먼저 확인해 본다.

휴먼 안드로이드 견적이 들어왔다,

가정교사 기능에 옵션으로 집안일을 추가한 금액이 생각보다 비쌌다.

가정교사는 국가 지원금이 적용되지 않기에 그냥 생돈을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단품가격이 패키지 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은 패키지마다 케어서비스와 유지관비 통신비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단품은 아마 그렇지 못한 이유인 듯하다.

병규는 큰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 머리가 지끈 거린다. 무엇인가를 선택하여야 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주문은 내일 오전 중에 해도 배송기일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단 잠을 자고 싶다.

병규는 준석이처럼 마음먹은 대로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은 오지 않는데 잠을 자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는 기이한 상태가 자신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도 약장에서 약을 꺼내어 먹고 자리에 누웠다.

몸보다 마음이 고단한 하루였다.

출근을 하려 문을 열고 나오며 옆집의 남자에게 무심코 인사를 했다.

무표정하지만 어색한 미소를 내게 보낸다.

아이돌 센타를 맡아도 될 외모의 젊은 남자가 쓰레기봉지와 재활용 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는 옆집 여자의 집사일 것이다. 아니면 남편일지도 모르겠다. 옆집 여자의 취향과 이상형을 대충 어림잡아 알아볼 수 있었다.

도시의 원 투룸이 독신자를 위한 주택이라고 하지만 독신자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니었다. 독신자들도 나이를 먹었고 경제력은 올라가기 마련이니 어느정도의 나이대가 되면서부터는 집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그러다 보니 도심에서 비싼 거주비를 내느니 도심의 외곽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빌라는 서울의 경계를 살짝 지나 일산을 들어가기 전의 한적한 그렇지만 정리가 되다만 동네에 위치했다.

3기 신도시 4기 신도시를 만든다고 시끌시끌하게 선거때마다 공약을 들먹였지만 인구가 줄고 늙은 사람들은 이제 잘 죽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도심을 내어주고 젊은 사람들은 밖으로 밀려가게 되었다. 결국 개발하다 만 이상한 마을들이 도심을 둘러싸게 되었다. 그렇다고 외곽의 마을들이 활기가 넘치지도 않는다.

관계와 소통도 공감도 혼자서 셀프로 이루어지는 시대였다. 누군가를 만나고 친목을 다시고 사랑을 하고 싸우고 화해 할 필요가 없는 그냥 조용히 vr을 뒤집어 쓰고 각자의 방에만 있는 것으로 족했다.

“아 이걸 왜 실어 두었나 모르겠군 업자를 부르면 되었을텐데”

뒷 꽁무니가 무거워 차가 잘나가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여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자 인터넷창을 열고 메일을 다시 확인하고 마우스를 클릭하여 휴먼안드로이드를 구매하러 들어간다.

‘기존 안드로이드를 수거해준다고 하는데 뻘짓을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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