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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참 얌전하네

by 승환

참 조용히 비가 내립니다

추적추적 땅에 닿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히 내려 앉힙니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속삭이듯 이야기하 는데 알 수가 없네요


자꾸 어린 날들이 떠오릅니다

비에 젖어 올라오던 흙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화분의 꽃처럼 뿌려지는 비를 맞아도 좋을 것 같은 날입니다

조심스레 토닥여주는 빗줄기에 어깨를 내어주고 싶습니다.

수선스럽지 않은 친구처럼 내 곁에 가만히 있는 빗줄기가 괜히 고맙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린 이대로 잘 살고 있는 거겠죠?

세상 시끄럽고 사나운 마음들도 한 번씩 씻기어 줘야겠지요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놓아야겠지요


바람은 숨어 보이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가만히 봄비만 속닥이고 있습니다


바쁜 것들 하나 없어진 오후에 우린 나란히 서있습니다


산다는 게 아름다운 거 맞지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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