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뭘 사려는 거야?"
"아 네 부장님... 어제 가정도우미 봇이 수명이 다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장만해야 될 거 같아서요."
" 조금 돈이 들더라도 부인용 봇으로 사는 게 여러모로 쓸모가 많지. 이참에 새장가를 가지 그래 ㅎㅎ"
"네 안 그래도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왕 살 거면 최신 맞벌이용 봇을 사라구 난 지금 아주 대 만족이야."
이혼을 하고 독신으로 살던 김 부장은 얼마 전에 안드로이드 부인을 구매하고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맞벌이용 안드로이드로 나온 김 부장의 아내는 미주노선의 비행 스튜어디스로 일을 하고 일정 금액이 김 부장의 계정으로 포인트가 적립이 되고 있다.
" 아 궁금해서 그런데 부장님 사모봇은 일을 하러 자주 집을 장기간 비우는데 부장님이 좀 불편하시지 않을까요? 부장님 정도 재력이면 포인트가 그리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음 자네는 진짜 결혼을 하지 못해서 그 묘미를 모를 수도 있겠군"
"아내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지 그런데 부인이 종종 집을 떠나 있는 것은 더 좋은 일이지..."
병규는 알 수 없는 부장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부인만 구매를 하는 것보다 아이를 옵션으로 한 패키지가 가격이 더 싸다니 더 이상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보인다.
"준석이에게 여동생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구매를 마친 후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늘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4년 치 급여를 한입에 털어 넣은 기분이 그랬다. 무엇인가 종잣돈을 모으고 자본가가 되는 일은 내 생애에 불가능해 보였다. 그저 내가 사람이라는 것 한 장의 투표권이 있는 시민이라 있어야 할 존재 같았다 그게 나의 살아가는 미션이고 목적인 듯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그냥 장난 같이 돈을 주었다 뺏었다 하는 그런...
컴퓨터의 창을 닫기 전에 안드로이드 회사 광고슬로건이 보인다.
"당신만의 세상, 가정을 만들어 보세요."
병규는 한동안 모니터를 바라보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꿈꾸는 것들이 내가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일은 멋진 일이긴 하지만 점점 시들해지는 것은 왜지?' 병규는 자신의 왕국을 위하여 좀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처음의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모든 게 허무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의 의미를 누가 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스스로 그리고 계획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인생이다.
각자가 자신만의 세계관과 세상을 세팅하고 지우고 또다시 만들어야 했다.
빛의 속도로 세상은 발전을 하였고 사람들은 실제의 세상에서는 백색왜성처럼 쪼그라들고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어쨌든 준석이라는 아들이 있고 또 새로운 가족이 오면 이런 불안감이나 너저분한 감상들은 곧 사라지겠지...'
내일 주말이 오기전에 가정교사를 말소등록해야한다.
새로올 가족들을 신규 전입신고를 하여야 하고 한 가정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인정받아야할 절차들이 성가시다.
병규에게도 5년만에 신버젼의 가족이 생기는 일이다.
할일들 해야만 할 일들 이러저런 것들이 머리를 꽉 채운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잠깐 의자에 앉아 몸을 재끼고 머리를 위로 쓸어내린다.
'이제 40도 채 안되었는데 이노무 머리카락이 ....'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탈모를 정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 한 일이다. 사람같은 로봇들이 집구석에 전기밥통만냥 굴러다니는 세상인데 무언가 생경스런 일이기도 했다.
'결혼기념 사진을 찍어야하고, 여자아이와 새아내의 옷들도 쇼핑해야겠군'.
전부인이 입던 옷들은 가정교사에게 물려주었기에 너무 낡았다.
비슷한 사이즈로 안드로이드 아내를 주문하였지만 아무래도 신혼인데 새옷을 사주는게 좋을 듯 하다.
'힌동안 잊고 살았던 부부생활을 하게되는군 휘트니스 앱을 다시 깔아야겠네 안드로이드에게 무시를 당하는 건 참을 수 없을 거 같다. 물론 무시를 당했다는 것은 내 혼자 자괴심이겠지만 어쩃든 해야 겠다.'
병규는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욕망이 꿈틀 거리는 것을 느낀다.
병규의 하루는 이런 저런 기대감과 번잡함이 뒤 섞여 빠르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