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음 그래 준석이는 벌써 일어났구나"
주말의 아침에도 준석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있었다.
병규는 준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섬주섬 침대에서 나온다.
'혼자 잠들고 혼자 일어나는 것의 쓸쓸함을 이 녀석이 남아 위로 해준다. 더도 덜도 말고 준석이가 6살로 계속 있어주어서 고맙다.
병규는 이미 충분히 교육을 마친 상태인데 더 이상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고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더 업그레이드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부품이나 부속을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하지 않았다. 거대기업의 유지를 위한 매출은 계속 일어나야만 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 하여도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필요치 않은 고용을 유지해야 했다. 업체들의 경쟁구도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건 대량생산과 충분한 소비를 이끌어 내는 일 밖에 없었다. 프리미업급이나 고가의 제품들은 한계가 있었다. 점유율만이 규모의 경쟁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준석이는 역시 사람이 아니다.
맨 처음 아내용 안드로이드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것은 준석이를 구입한 후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모델링하여 만든 아이는 진짜 병규의 분신인 듯 8년을 같이 해왔다.
생명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만큼의 얻는 행복감이 크더라도 준석이가 애완동물보다 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생명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 대상이 다른 무엇이 된다고 하여도 무엇이 문제가 될까.
' 참 오늘 새로운 식구가 온다고 했지. 빨리 서둘러야겠네.'
"준석아 아빠가 한 번 안아볼까? 이리올래?"
아무 의심 없이 병규의 품에 안긴 준석을 쓰다듬다 병규는 7번 경추뒤의 버튼을 눌렀다.
아이는 파란빛을 깜박이며 동공에 띄우다 금세 조용해졌다.
손목을 들어 와치를 확인하니 10분 후 화물이 배송된다고 문자가 와있다.
"이쪽으로 이 방입니다."
엔지니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나씩 큰 박스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 이 아이봇을 계속 연동해서 사용하신다고 한건가요?"
엔지니어가 심드렁한 말투로 물어본다.
"네 그렇습니다. 새로 프로그래밍을 하여야 하나요? 기존 데이터를 유지하고 업데이크만 했음 합니다."
"고객님 말씀 같이 그렇게 쉽게 되면 좋겠는데 아 버전은 너무 오래되었네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구매 시 기존 사양 얘기해서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러시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병규는 기사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흥분된 말투를 감추지 못했다.
"아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호환이 잘 안 되고 에러가 일어날 확률도 많아서요... 알겠습니다 일단 해보는데 까지 해보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옵션과 기능들을 확인해 보시고 부인용 여자아이부터 세팅 들어가겠습니다"
엔지니어들이나 의사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실수나 실력부족에 대한 컴플레인을 벗어나기 위한 고전적인 화법들은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병규는 알았다고 하면서 주문사양에 빠진 거나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설치가 이상 없음을 사인을 했다.
구시렁거리며 엔지니어는 준석을 만지고 있다.
"하 오래되도 참 진짜 옛 버전이네 잘될런가 안될런가 프로그램이 깔리긴 깔리네 "
한참을 만지작 거리고 꼼지락 거리다 거의 된 듯 이야길 한다.
"휴 다행이네요 패치파일을 여러 개 준비해 오길 잘했네요. 저희 말고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까지는 해주는 데가 없을 겁니다."
병규는 말기 암환자의 가족처럼 기다리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행히 준석을 잃지는 않게 되었다
이 아이가 무지개를 건너게 되면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가는 듯한 더러운 기분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지도 몰랐기에 병규는 안도가 되었다.
"혹시 이상이 있으시면 제 연락처로 바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의 행복한 가정을 시작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방안에는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아이가 나란히 누워 있다.
충전을 기다리는 세대의 안드로이드들이 이제 나의 가족이 다.
병규는 지루하지도 않는지 한 시간을 멍하니 누워 있는 가족들 바라보았다
아내가 파란 눈을 번쩍이며 부스스 일어난다.
"병규 씨 뭐 하세요?"
병규 옆에 팔짱을 끼며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아내는 진짜 사람처럼 발음도 동작도 자연스럽다.
" 응 당신 일어났구나 아이들을 보고 있었어"
곧이어 유나라고 이름을 붙인 여자아이가 일어나고 준석이도 곧이어 일어난다.
"유나야 이리로 오렴 오빠랑 같이 이리 와"
"오빠 아빠한테 가자"
"어 유나야"
" 우리 모두 거실로 나갈까?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촬영을 할까?"
병규는 기분이 좋아 가족들과 같이 완전체가 된 가정이라는 것에 다시금 희열을 느껴 들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