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4/20 장애인의 날 쓰다 미완성....
"천천히 가 창훈아 넘어질라..."
아이는 내 말을 안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기 바쁘다.
모처럼 주말에 아이와 같이 산책을 나왔다.
평시에도 늘 같이 있어주면 좋았겠지만 마음 같지 쉽지 않았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공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결혼 후에도 맞벌이였다. 은행에서 둘째를 가지기 전에도 일을 하였지만 전업주부로 한참을 살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이유 없이 난 집에서 쫓기듯 일터로 밀려나가야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경력단절의 중년 아줌마도 일할 곳이 많아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외벌이 남편에게만 부담 지우기에는 턱없이 돈이 부족했다.
그런 조급함이 남편을 실패의 쓰라림에 빠뜨린 것인지 안쓰럽기도 했지만 남편은 쓸데없는 욕심으로 주식에 너무 많이 손을 댔다. 제법 수익이 나는 것 같아 처음에는 나도 기뻤지만 선물까지 건드리는 것을 막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내게는 둘째 창훈이에게 들어가야 할 돈이 필요했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교육비는 아이의 덩치보다 두 배 세배 더 커져만 갔다.
둘째 창훈이를 가진 건 40이 다 되어서 이다.
늦은 나이의 노산을 생각 못하고 귀여운 늦둥이만 볼 생각에 우리 부부는 들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신혼 같은 젊음이 찾아온 거 같아 힘든 줄 몰랐다.
살면서 그런 행복은 항상 길게 가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서 남다르게 더딘 말과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늦은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이는 발달장애아 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의 재활학교를 다니는 중인 창훈이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다 껌딱지 같이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말에 이렇게 공원에 나와 같이 산책을 하는 것뿐이다.
"예쁘다 아이 예쁘다"
창훈이가 산책을 나온 강아지를 쭈그리고 앉아 연신 쓰다듬고 있다.
목줄을 쥔 꼬마 여자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다.
" 엄마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탄이를 자꾸 만져. 어떻게 해... 빨리 와봐"
"나는 아저씨가 아닌데 창훈인데... 강아지가 예뻐요"
"어머 누가 보호자도 없나 혼자 이렇게 공원에 내보냈네"
"안녕하세요 나는 창훈입니다."
"이제 우리 집에 가야 하니까 강아지 놓아 줄래요?"
"네..."
우리 창훈이는 착하다 군 소리 없이 강아지를 놓아주고 나를 바라본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가 강아지를 좋아해서, 창훈아 이제 이리 와 엄마한테."
"네 아니에요. 가자 민희야 어서"
아이엄마는 딸아이와 강아지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 걸어가 버렸다.
" 창훈아 강아지가 좋아?"
"어 강아지가 예뻐"
나는 장난기가 나서 창훈이에게 물어보았다.
" 창훈이는 트와이스가 좋아? 강아지가 좋아?"
"트와이스! 쯔위 쯔위누나 좋아"
" 그럼 엄마가 좋아? 쯔위누나가 좋아?"
" 어 어 어 몰라..."
" 왜 몰라 누가 좋아 얘기해 봐 엄마한테 응"
" 음 엄마..."
"으그 내 새끼 엄마도 창훈이가 좋아"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엄마는 네가 세상 누구보다 제일 소중하고 제일 좋아 창훈아'
"엄마 고만 숨 막혀..."
창훈이도 남자라고 예쁜 이성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어려도 티브이에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다 이쁜 누나라고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창훈이의 손을 꼭 잡고 둘이 공원을 걸었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창훈이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흐드러졌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려 공원 끝을 다다라 밖으로 빠져나올 때 즘이었다.
낯익은 하지만 오래전 기억으로만 남은 얼굴이 보였다.
청바지에 맨투맨 후드를 거치고 맨 화장의 중년 여자가 휠체어를 끌고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내가 가는 방향에 그녀가 있었다.
정혜였다.
" 정말 오랬만에 네.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었구나"
" 어 윤정아 오랬만이다"
"이야기는 건너 건너 듣고 있었어 나윤이는 좀 괜찮니?"
휠체어에 타고 있는 아이가 아마 나윤인 듯했다.
초점 없이 무표정하게 먼 곳을 응시하기만 한채 휠체어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왜 그게 제일 궁금했니? 우리 나연이가 얼마나 상태가 안 좋은가 그걸 확인하고 싶었던 거니? 그래서 여기 공원에서 내가 나오나 안 나오나 죽치고 기다린 거고?"
"정혜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걱정해서 물어본거뿐이자나"
" 아니 됐어 우리 나윤이가 아프더라도 너애하고는 달라"
"동병상련 이런 거 라도 생각했니? 속으로 좋아죽겠다는 니 마음 내가 모를 거 같아?"
"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10여 년 만에 만나서 네가 나한테 지금 할 말이야? 네가 준 상처들 내가 너에게 뭐라고 한마디라도 한적 있던 너 넌 정말 실망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기적이고 니 생각뿐이구나"
" 어 그래 이제야 이야기하네 그때 상처였다고 다시 안 볼 거 같이 십여 년을 연락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반가운가 보네? 됐고 가던 길 가 나도 갈게"
" 엄마 저기 나윤이야?"
" 몰라 얼른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