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글 숙제-버스에 관한 시) 종점에 살면 졸아도 걱정이 없었다.
서강
그 옛날 고향 동네에
사람들이 밤늦게
종종 찾아와 시끌한 곳
남자들은 고단한 하루가
대포 한잔에 씻기기야 하련만
포장마차에 나와 길고 지루한 안녕을 서로 퍼부우며
온 동네 버스가 죄다 몰려오는
종로 대로변에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늦지 않게 올라탄 302번 버스에
자리를 잡은 남자는
낼 모래 쓸 운수도 끌어다 쓴 줄 모르고
가슴이 뽀닫하게 좋아 죽는다.
덜컹이다 흔들리는 버스의 몸짓이
어미의 잔등 같았나 보다.
돌아가신 어머님 한 번 뵙고 온사이에
버스창으로 솔솔 불던 바람이
변덕맞은 애인의 심통처럼 싸늘하게 정수리를 후린다.
멀쩡한 것은 코밖애 없는지
비릿한 강바람에 눈이 번쩍 떠진다.
이쯤이면 아마 서울의 끄트머리인지
세상의 끄트머리인지 모른다.
종점이니 다 내리라는데
아현동 고갯길은 보이지 않고
우리 집은 지났으니
첫차에 나갈 테니
기다린다고
옥신 각신하는
취객들이
이젠
다 그리워라.
없어진 마포종점대신
새벽녘에
여의도에 불빛도 고왔고
당인리 발전소에 깜박이는 빛도
밤하늘 별처럼 고왔던...
해도 뜨기 전에
동이 터오는 엔진소리가
수탉처럼 울음 짓는
내 아련한
고향
서강 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