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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May 25. 2023

서강 종점

(강글 숙제-버스에 관한 시) 종점에 살면 졸아도 걱정이 없었다.






서강 

그 옛날 고향 동네에

사람들이 밤늦게

종종 찾아와 시끌한 곳


남자들은 고단한 하루가

대포 한잔에 씻기기야 하련만

포장마차에 나와 길고 지루한 안녕을 서로 퍼부우며

온 동네 버스가 죄다 몰려오는 

종로 대로변에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늦지 않게 올라탄 302번 버스에 

자리를 잡은 남자는

낼 모래 쓸 운수도 끌어다 쓴 줄 모르고

가슴이 뽀닫하게 좋아 죽는다.


덜컹이다 흔들리는 버스의 몸짓이

어미의 잔등 같았나 보다.

돌아가신 어머님 한 번 뵙고 온사이에

버스창으로 솔솔 불던 바람이 

변덕맞은 애인의 심통처럼 싸늘하게 정수리를 후린다.

멀쩡한 것은 코밖애 없는지

비릿한 강바람에 눈이 번쩍 떠진다.

이쯤이면 아마 서울의 끄트머리인지

세상의 끄트머리인지 모른다.


종점이니 다 내리라는데 

아현동 고갯길은 보이지 않고

우리 집은 지났으니

첫차에 나갈 테니 

기다린다고 

옥신 각신하는 

취객들이

이젠

다 그리워라.


없어진 마포종점대신

새벽녘에

여의도에 불빛도 고왔고

당인리 발전소에 깜박이는 빛도

밤하늘 별처럼 고왔던...


해도 뜨기 전에

동이 터오는 엔진소리가 

수탉처럼 울음 짓는 

내 아련한 

고향 


서강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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