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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n 05. 2023

광흥창역 6번출구

재건축이 되지 못해 남긴 골목들

좁다란 창전동 골목을

걸아가다 멈추어 선다


아마 수십 년 전 그 골목에서

나는 누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빛이 바랜 벽돌 담장

 아래

하수구의 역한 냄새가

잃어버린

내 체취인양 반갑다


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너무 눈물겹다


뒤돌아 갈 수도 없어서

우두커니 잠시 서서

하염없이

세월을 쫓아오지 못한

때 묻은 담벼락의로

옥색 지붕 끝을 보았다


파란 하늘로 올라가는

나의 어린

그 마음들은

예전에 이미 헤어진 연인.


이 골목을 지나면

또 언제 그 연인을 만나게 될까?


아마 그이는 나와 같이 이 길을

들어서지 않았나 보다.


세상의 길들은

밤가시처럼 뻗어 있으니


인생의 인연이란

한 번의 짧은 조우로도 충분할 


해는 달이 차오를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아직 길은 훤한데


나는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할 시간이 왔다


저 앞에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세월에 찌든

늙은 남자가

나를 하늘로 려주고 있을까?




재개발 재건축이 되지 못해 머무르고 있는 서울속 동네의 사람들이 안타깝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지하철역을 내려 골목을 살짝 들어가보면 타임머신같은 예전 주억들이 더께더께 쌓여있다.

처음은 감상에 젖었고 그리워하다 이제는 무덤덤하고 보기 싫어진다

유년의 해 맑은 아이도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모든것들이 먼 훗날 사라지고 잊혀지리라 그런 날이 오면 지금의 내모습도 그저 그런 한때기억의 편린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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