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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n 12. 2023

연애하는 부부 4

부부심리상담을 마치며...

7주 차에 옆지기는 참석을 못하였다 아니 안 하였다.

힘든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지난 시간의 자신의 어려움들이 서럽고 힘들어서 견디기 쉽지 않아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옆지기가 없이 혼자 참석을 하였던 7주 차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언급이 되었고 한쌍의 부부가 일로 불참하여 조촐한 인원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이라기보다는 정확히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인다.

좀 더 객관화되고 어려움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다 보면 그 자체로 해소가 되는 것이 큰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참석한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개인적인 친분이 생길 여지를 차단하는 목적이 크다.

개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부부관계 가정사를 오픈하였기에 이 회담이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기 위해 부담을 지우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7주 차의 회담에서 나는 옆지기가 없어서일까 편하게 내 속내를 보였다.

사실 나는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지만 옆지기를 위해 참석하였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이야기 한 이유는 나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던지 힘들던지 어떤 감정이든지 나는 잘 감내하고 참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나의 심저는 지하의 맨틀만큼 깊었고 넓어서 다 받아들이고 꾹꾹 쌓아두면 되리라 생각했다.

상담선생님은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 봄 남(부부별칭)이 저는 제일 걱정이에요 봄녀님은 잘 컨트롤하고 있는데 처음 오실 때 마음을 여시는데 오래 걸리실 것 같았어요"

조금 충격이었다.

나는 대체로 말이 많고 직설적이고 감정표현을 쉽게 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고 문제의 핵심을 바로 이해하고 맞춰간다고 믿었는데....

주변의 부부들이 서로에 대한 사담을 하는 시간에 무척 완고하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어투가 부드럽지 않고 상대를 핀치로 몰아가는 화법이라고 한다.

나도 다른 부부들을 보면서 좀 답답하고 안타가 워 보였는데 나도 결국 마찬가지였나 보다.

7주 차를 끝내고 마지막에는 유언장을 각자 쓰는 것으로 끝내기로 하였다.


8주 차에도 옆지기는 안 나올지 몰라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참석할 거지?

그리고 덧붙여서 상담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당신이 아니고 내가 제일 걱정이라고 하더구먼... 그것도 모르고 혼자 잘난 줄 알고 주저리주저리 말만 많이 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네"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듣고 뻥 터지고 좋아했다.

그렇게 해맑고 싱그런 웃음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었다.

자신이 문제라서 우리가 힘든가 고민하다 자기부정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 바보가 되어도 좋고 머저리라도 나는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정에 대한 욕구 아마도 그게 부족했나 보다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양가에서 반대한 결혼을 하고 남편은 부모와 절연을 하기까지 하였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부모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중 남편이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다시 어머니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다시 만남이 시작될 듯하다고 했다.

두 부부는 남편이 원하는 기대치를 부인이 따라오지 못하면 트러블이 생긴다고 했다.

아마도 충분히 남편이 자신의 의도나 마음을 오픈하지 않은 탓도 있고 누군가를 변하게 하고 자신의 기대치만큼 성장시키려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를 대비해 보면 아마도 사소하지만 비슷한 맥락이 많을 것이다.



8주 차에는 유언장을 작성하였다

이번에는 옆지기도 참석하였고 나는 예전에 장난식으로 수면마취 전에 죽을지 모르니 유언장을 쓴다고 보여준 적이 있는 전적이 있어 구질구질한 일들을 모두 생략하고 감정만을 정리해서 썼다.

죽고 난 다음에 유산을 어떻게 하고 통장비번이 뭐고 세금은 어떻고 화장을 해라 수목장을 해라 뭔 의미가 있을까?

편한 대로 하고 감사하고 사랑했다고 썼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죽으니 억울하다 당신도 내일보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아라

무엇을 하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던 당심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했다.


죽음을 생각하니 그렇다.

자질자질한 감정 싸음이나 자존심이 티클보다 작아 보인다.



부부상담을 다녀와서 알았다

더 선명하고 정확히 보인다.

완벽한 관계라는 것은 없다

인생의 정답도 없고 해답도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


예전 무선통신인 햄이라 하는데 그렇게 또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서로에게 매일매일 다이얼을 돌려 맞추어 가며 살아야 한다.

서로의 마음을 찾아 교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 다른 방송을 틀어 놓고 딴소리를 하고 사는 것이다.


부부라는 것은 서로 악기처럼 다뤄야 한다는 말이 어쩌면 그런 뜻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우리는 튜닝을 하고 조율하며 같이 연주를 하여야 적어도 불협화음이 되지 않겠지.

아니 짧은 한 소절이라도 음악 같은 인생을 울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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