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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Oct 31. 2023

결국 우리는 닮는다

결국 우리는 닮는다



바람이 분다

쭉정이들이 가라앉는 계절은 앙상하고 여윈 것들만이 세월을 빗겨낸다.

볼품이 없어도 남아 있는 것들이 진실에 가까운 것

흔들리는 몸을 추스르며 나무들도 서로의 안부를 묻곤한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두사람은 벤치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궁금하지도 않을 것 같은

서로의 나이를 묻고

어디 사시냐고

 잊었던 먼 고향의 시절을

눈가에 아련한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보다 원망만 남은 이들을 불러내온다


아픈 다리와 관절에 좋은 홍화씨를

시흥동 박원장님이 용하다는 비밀까지

서로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들이

또로로 굴러 떨어진다


서로가 별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두어 번 돌고

이제 마른침을 삼키며 침묵을 나눈다

가을볕이 한낮에 아직 따스하다는 말

눈가 주름이 웃음 처럼 벌어질때  고개를 끄덕인다

기약없이  또 보자는  약조를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휘청한다


떠니는 이가 내려놓은 마음을 굳이 주어들지 않았다.


떠나는 이가 이곳에 머무르는것을

머무르는 이가 이미 떠난는 것을

누구든 사그라지고 여위어 가는 계절에는 사람도 나무처럼 서로가 닮아간다는 것을.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도 고개를 숙이고 액정속으로 들어간다

좋아요와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내 얼굴보다 익숙한 이들은 모르는 이들이다

현일에서는 누군가의 옆에도 이야기도 거부하고 자신만의 벽을 쌓는 젊은이들...


길가를 지나며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할머니들이다

스스럼 없고 언제나 열려있는 사람들

별다를거 없는 사는 이야기에 서로 귀를 기울여준다

외롭기에 서로가 기대는 나무들과 같다

회려한 잎들과 단풍이 떨어져 내려도 앙상하지만 굳굳히 서있는 나무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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