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연인들...

너하고만 같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by 승환

'네가 없인 마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늙은 연인들


승환



춘천이었을 거야

아니 가평일지도 남이섬이었나


낙엽이 이제 막 한 잎씩 떨어지는 이른 초가을이었지

아니 바람이 추웠어 바닥에 낙엽이 이불처럼 덮여있었지


그래 그곳 그때 우리는 두 손을 잡고 환하게 숲 속 끝까지 들어갔지

아니 너는 저만치 혼자 가고 나는 발이 너무 아팠어


그 벤치에서 너는 촉촉한 눈으로 나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던 그 얼굴이 기억이나

아니 나는 너의 등뒤로 따라오는 이별의 순간을 외면하려 고개를 돌렸을 뿐이야.


세상은 아름답고 단풍이 우리를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온 거 같이 특별한 시간이었어

그리고 우리는 젊고 행복하고 사랑했었지.


아니 단풍빛이 너무 고와 당신과 나의 사랑이 너무 초라해 보였어

우리는 늙은 연인이었고 믿음이 없었고 불안한

그래 사랑했지

불행한 사랑,

냉랭하게 서로 얼어붙게 그렇게 차갑게 사랑을 했지


많은 시간이 흘러도

당신이 기억하는 아픔은 치유되지 못하는 것

그건 우리가 눈이 두 개인 것 입이 하나인 것 같은 변하지 않는 사랑의 속성

아픔도 상처도 모두 사랑이라는 바뀌지 않는 속성


내게 없는 너의 기억

내게 없는 너의 사랑

네가 없인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나는 다시 돌아가려 해


그 벤치로 돌아가서

우리의 맞잡은 손깍지는 체온보다 따듯함,

옷깃 사이로 바람처럼 스며들던 웃음들,

또 나의 두 눈과 한 입을 같이 줄게

우리 같이 둘만이 기억하는 그 시간

그 시간만이라도 다르지 않기를...

찰나의 순간이라도 우리가 하나였음을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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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1장 두번쨰 시쓰기 주제 문구

이터널 션샤인 중 '네가 없인 마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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