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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Oct 23. 2024

별거아닌거 아닌 별거

전쟁중에 너무 감상적이고 우울했었다.

꿈을 꾸었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 있었고 내 옆에 잠들어 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남자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나이를 가늠할슨 없지만 무엇인가 의식을 치룬다

그것이 굿이었는지 제사였는지 모른다

막연하게 그런일이라는 것을 몽중에서 나는 물어보지 않고 인정을 한다

예전아주예전 어린시절의 집에 아내와 같이 있다는 것도 생경스럽고 장모님 준비를 해온것 같은 음식들 제사를 위한 음식들이 그득하다

장모님이 내어준 술인지 식혜인지 모를 유리병을 받아들고 나는 마셨다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 남자에게 나는 항의를 한다

무엇이 문제인 거요?

이런 달갑지 않은 굿인지 요란한 행사는 나의 아버지쪽이요 아님 어머님 쪽이요?

어디서 들은것은 있었는지 나의 조상의 문제로 내가 핏박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을 모르는 죽은 이가 문제라한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는담배를 피운다고 방안에 넓게 펴진 잔치상위에서 옷가지를 찾고 정리하고 있다

수북히 쌓인 동전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고 나는 열심주워 모으고 있다

아내의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욕심이 났다

장모님은 가신다고 하고 정체모를 남자는 사라졌고 아내와 둘이 남겨졌다

이윽고 눈을 뜨고 나만 빈방에 홀로 남겨졌다

무슨 암시인지 이것이 길몽인지 흉몽인지 나는 주저하다 핸드폰을 들고 검색을 하고

어찌보면 의미없는 일같아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아내와 맞지 않고 불화가 이런 상황이 되었지만 난아내만큼 아니 어쩌면 아내보다 아내로 인해 맺어진 인연들에게 죄스럽고 미안함 감정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상처를 내게 주지도 읺았고 서로 드잡이질을 하지도 않았지만 아내와의 끊어진 줄에 한데 엉켜있던 사람이라 불편하고 멀어질 어쩌면 잊혀질 존재가 되었다.

이번에는 나만 왕따가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에게 잘해주었던 장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나를 위해서 보다는 자식을 위해서 그 배우자를 챙기는 일이 밎겠지만 그래도 나를 정말 좋아하는것은 아닐까 미련이 남는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누군가에 사랑을 받았다는 기억은 강렬히 각인되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마지막이라도 어버이날이라고 인사를 드릴까?

무엇이라도 선물을 보낼까?

아내에게 우리가 이리 되었다고 장모닝께 말씀을 드렸겠지 혹시 이번 어버이날까지 챙곁리고 싶다고 이야길 해볼까?

혹시 아내는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에 생각을 꼬리를 물다가 결국 날이 밝아 오고 있다     

늘 부정적이다가 엉뚱한 긍정회로를 키는 내가 나를 잘모르겠다     

한사람이 오면 세상이 온다는 말은 한사람을 지우는 것 마찬가지로 인생극장 무대속 하나의 세계관과 그옆의 조연들배경들을 모두 지우는 일처럼 어려운일이다     

세상을 얻다가 내어놓아야 하는 일

그래서 실망과 열패로 휩싸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번도 어버인적이 없고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는 내게도 어버이날은 무언가 죄스럽기만 기분으로 찾아온다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께

또 장모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를 새긴다. 


부부싸움을 한후에 쓴 글들은 알콜의 힘으로 쓰여진 글들이 대부분이라 너무 감상에 빠지고 말았다.

일기를 쓰고 시를 짓고 그와중에 혼자 주연놀이를 한거 같아 부끄럽다.



    식탁에 왼팔을 올리고.

24          

밥을 먹다가

식탁 건너편

빈 의자를 본다.     

비어 있어서

아니 아직 누가

앉아 있어서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인다.     

한 사람을 위한

두 개의 의자가

마음이 자꾸 불편하다.     

혼자라서 쓸쓸하다는 거짓말.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고

천연덕스럽게

빨라지는 수저질이 부끄럽다.     

혼자서도 잘해요

아이처럼 어설프니

그래도

꾸역꾸역 밥이 넘어가는

그래서

목이 더 메이는지     

나에게 사랑이란 건

당신의 말들과

웃음이 앉을

자리를 바라며     

그저 소심하게

식탁밑으로

왼팔을

떨구며

흔들리고 있는 풍경.     

그 좁은 식탁에서도

위태롭지만

빼곡히 올려진 접시들처럼

우리는 마음이 풍성했던

그 시절.     

저린 왼팔이

나의 마음이란 걸

사랑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조금 불편하고

아픈 것을 감내하여야 한다고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우리는 비집고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는 추억.          

지금

나는 양팔을 올리는

욕심쟁이가 되어 버렸다.          

식탁위에 탁상시계는

째각거리는 말을 잊어버렸고

시곗바늘이

이제는 둘로 갈라져 

돌아간다          

당신의 시간이 흐르는 곳으로부터

나는 점점 더 멀리 뛰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

빼앗긴 것

빼앗은 것

버린 것

버려진 것     

나일까?

당신일까?     

망각으로

들어서는 시간 앞에서

아직도

숨이 쉬어지고

세끼 밥을 챙기고

잠이 드는

나는          

나의 사념 속에서

영원히 도망치지 못하는

당신.     

우리는

 가엽구나        



                                     

오지랖

(나는 오지랖퍼 이기적 선택적 낭만주의자...)


봄바람에 빗줄기가 거칠어

창문을 자꾸 두드린다.

날아서 올 손님은 없는데

자꾸 창밖에 눈길은 가고     

어제는 고개만 끄덕하던

길가에 가로수가

오늘 허리를 꾸벅이며

배꼽 인사를한다.     

맑은 날이라고

생각을 아니한 게 아니요

비 오는 밤이라고

마음이 바뀐 것도아닌데     

나는 비 한 방울 안 적시고

방 안에 앉아

떠난 사람이 맞을 비를 걱정하다가     

허구한 날

가슴속에

내렸을

비는 어쩌고

이제 와서

혼자 잘난 척하는 거 같아.     

떠난 님 생각은

오지랖이겠지     

그냥

오지랖이려니...     

그래야

나는

오늘도

잠이 들겠지.     

현관에

세워진

빨간 우산이

자꾸 눈에 밟히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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