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것은
마음에 엑셀을 깔은 것 같아.
수많은 시트를 열고
셀마다 무엇인가 하나씩 입력을 하지
한 달의 생활비 일 때도 있지만
수식보다 복잡한
형용사와 명사들이 채워지기도 하지.
맨 처음 셀에는 늘 사랑과 행복을 입력하지만
이내 곧 낯선 단어들이 늘어서지
설움이니 모멸감은 찐한 폰트로
노랑바탕색에 외로움이나 원망을 쓰고
자질한 감정들도 빠짐없이
셀마다 꼭꼭 채워져 있지.
때론 이 모두를 자동합계를 내고
조건부함수나 그래프가 나오기도 하는
일상이 있을 뿐이지
끝없이 마음을 채우는 일들
하루하루 쌓여가는 감정들.
셀 마다 연결되다 끝내는 순환참조에 빠지는 마음
살아가는 답을 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 지기만 해
엑셀 시트의 끝까지 커서를 내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래도
잊지 마시길
그 모든 감정을 합친 당신의 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
커서를 긁어 모두 하나로 합치면
1A 셀에 들은 것만 남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