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훗적에
아주 먼 훗날 훗적에
마을에 아이가 태어났데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언니도 없고 형아도 없는데
아이는 쇠로 된 큰 집에 혼자 10달 동안
유리병에서 잘 숙성이 되었답니다.
커다란 강철 팔이 병마개를 폭 하고 따니
노오란 포카리스웨트 거품 속에 잠자던 아이가
엄마하고 툭 튀어나왔어요.
커다란 로봇 팔들은
아이를 위하여
집을 짓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대요
아주 먼 훗날 훗적에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집에 살고 노래를 듣고
그림을 보고 시를 읽어요
아주 먼 훗날 훗적에
로봇 팔들은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이웃도 없는 아이를 자꾸 만들었어요
아이를 인형이라고 불러요
로봇 팔들은
오직 인형만을 원해요
인형들은
로봇 팔을 엄마라 불러요
인형을 사랑하는
로봇팔과 아기 인형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주 먼 훗날 훗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