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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봄, 눈

by 승환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헤어졌던 그 사람이

더 눈부시게

아름다워!


안녕이라든지

다시 만나요 라는 흔한 인사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시절 인연이었으니


그는 내게 올 때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다시 떠날 때에도

마음 한 줌 흔들림 없었다.


세상이 하나의 색으로

된다는 것

그런 기적을 바라는 마음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것은

영원할 수 없어서

눈부심은 찰나처럼 사그라들었다

조금씩 당신의

하얀빛이 바래져 갈 때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온도는

당신처럼 차가워져 갔다.


사랑도 변하는데

당신이 사랑이겠지

짧은 사랑이었겠지


쉽게 마음을 주고

또 쉽게 가져가 버리는

퇴색하고 바래져 가는

당신을 외면하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날 때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을까

차라리 떠난 당신이 그리웠다가

이제는 덤덤히 잊었노라고


조용히 잊고 살다가

어느 봄날

아침에 깨어

당신을 본다


봄꽃처럼

날리며

내게 오는 사람

두 눈을 크게 뜨고

또 한 번 올려다본다


여전히

아름답고

차갑고

무심한 사람


보냈다고 생각한 나의 마음도

떠난다고 뒤돌아선 당신도

서로가 스스로 속였던 시간이었을까


이제 곧 사라질 것들만

마음에 남을 테니

당신을 다시 보내고 나면

끝내는 보내지 못할 것이

남는다면


내 마음에는

너무 이른 그리움이

내리는데,

쌓이는데


이것은

나의 미련일까?

당신의 미련일까?





밤새 자고 일어나니 눈이 내립니다

눈을 밀고 쓸다가 그만둡니다.

곧 해가뜨고 녹아 사라질테니


잠깐이라도

떠난 연인을 만난것 같이

당황스럽고 반갑습니다.

여전히 아름답고 예쁜.


그러나 모든게 미련이겠지요

보낸것 같지만

보내지도 떠나지도 않은 사람같이

오늘은 눈이 그렇게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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