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현실 속 나는
당신의 궤도 안에서
불균형한 원심력에 기대어 있었다.
관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지속은 단지 운동이 아니었다.
관계의 속성은
서로를 향한 회전이 아니라,
서로를 피하기 위한 궤적이었다.
어떤 날은
태양보다 더 뜨겁고 명확했지만,
그 빛이 내 궤도에 도달할 즈음엔
이미 온도가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 부끄러웠다.
별들의 궤적은 등가속도가 아니고
달은 언제나 지구를 등지고 떠오른다.
중력은 방향이 아니라
의도 없는 반응처럼 차갑다.
내 감정이 더 무거웠다면
당신의 궤도는 일그러졌을까.
마음의 질량을 늘린다면
블랙홀 가장자리를 향해
스스로를 끌어당겼을까.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만남은 좌표의 교차가 아니라,
시간의 오차, 속도의 편차,
그리고 경로의 착시.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란
측정할 수 없는 부재의 총합,
의미 없는 근삿값의 반복.
수많은 좌표를 입력해도
감정은 미분 가능한 함수가 아니었다.
관계는 언제나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리고 끝내,
에너지를 모두 소비한 뒤 남는
진동수의 잔향.
답을 미처 말하기도 전에
다시 움직인다.
나는 여전히 공전 중이며,
중력을 벗어난
멀고 긴 궤도의 소행성처럼
당신을 향해 있다.
기울고,
멀어지고,
사라지고 있다.
사랑은
충돌보다 추월에 가깝고,
당신은 내게
언제나 조금 늦게
도달하는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