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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Mutant (돌연변이)

– 비늘 대신 깃털을 선택한 유전자에 대하여

by 승환

Mutant (돌연변이)

– 비늘 대신 깃털을 선택한 유전자에 대하여


배가 불러도

나는 하루의 세끼를 챙겨 먹는다.


먹는다고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먹어야 한다.

모자란 게

밥 한 덩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핍은 종종

양식처럼 나를 살찌운다.

다 말라버렸을 때조차

나는 무엇인가로 채워진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삐딱하게

똑바로는 갈 수 없는 길.


마음이 헐거워질 때,

그때마다 솟구쳐 오르던


모자란 염기서열,

무언가가 빠진,

혹은 더해진,

그 불완전함이

한 끼의 식사보다

더 허기진

나의 영혼을 먹이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가락이

내 혈관을 타고 돌았다.

길다란 얼굴,

뭉뚝한 손등,

소리 없이 웃는 표정

그 모든 것이,

내 손톱 끝 어딘가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 피는 아직 뜨거워서

나는 반대 방향으로 자랐다.

그저 거스르기 위해서.


비늘이 벗겨진 물고기처럼

나를 움켜쥐고

쓰라린 몸으로 바다를 등졌다.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나선형의 뫼비우스띠처럼

나는 도망치고

그는 되돌아왔다.


아가미를 뜯어낸 자리에

깃털이 돋는다.

익숙한 물이 아니라

낯선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를 꿰맨다.


날갯짓은 아직

겨드랑이를 뚫지 못하고

안으로만 되돌아간다.

심장을 찌르며 튀어나온다.


비상의 끝은

언제나 추락이었다.


그래도

나는 매일 조금씩

추락을 꿈 꾼다.


아버지의 것이었고

나의 것이던

질투, 시기, 원망

그것들은 이유 없이 자란다.

덩굴처럼,

모양도 없이,

끝없이.


나는 담장처럼

몸을 내어주며

휘감긴다.


휘감아 올라가는 것이

변화가 아니어도

그저 형벌이어도 좋겠다


나는 아직 모른다.

왜 세상에는

모자라고 슬픈 짐승들이

살아남아 있을지


나는 아직 모른 채

아버지의 돌연변이로 남는다.


버티는 쪽으로

이상하게 견디는 쪽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는 또다른 아버지였다.


그의 바다였던 곳에서

이제는 내가

그를 바라보는 쪽으로 살아간다.





덧붙여서,

아버지는 그립고 그리운 분이지만 늘 두렵고 아쉽고 안타갑던 사람입니다

어릴때에는 전지전능하였으며 종교와 같았다가 이내 머리가 커지면 경멸과 무시의 대상이 되었다가 그 언제즘은 자신과 닮은 그를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적어도 아버지만큼은 살겠지했던 생각들이 오만이었음을 나이를 먹고 알게 되었습니다

세련되지 않고 투박한 당신의 사랑을 알게되었지만 모자라고 부족한 모습들을 받아들일 만큼 나의 마음이 넒어진 이후에는 계시지 않는 분이 되셨습니다

세상에 모든 생물들이 자손을 퍼트리고 대를 잇고 있습니다 모자라고 볼품없는 그 어느 생명하나도 자신의 역할에 순종하며 따릅니다


모자라고 작은 열패해보이는 것들도 자신보다 더 멋지고 크게 아름다운 자식들을 꿈구며 나아갑니다.

결핍이라는 유전자는 아주 강력하고 큰 꿈을 이루어 냅니다

부모와 자식간 뿐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서도 결핍과 과잉은 실수이며 실패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생명과 발전의 징조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되겠지만...

그 대신, 매일 쌓여가는 일상의 결핍들이 언젠가 나와 당신에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그 모자람이 나를 움직이고, 나를 견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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