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존중합니다.

by 승환


당신을 존중합니다



안녕하세요

당신께 인사를 건넵니다

말은 정중했지만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지요


빛나고 아름다운 단어들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거리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는 커튼콜처럼 금방 나오고 사라집니다.

사랑이라던지

감사라던지

실체는 사라지고 단어로만 남은 말들


말과 뜻이 하나였던 시절도 있겠지만

영화 속 남자는 사랑한다고 씨발년아를

외칩니다.

남자의 주먹이 여자의 복부를 찌릅니다.

그녀는 주저앉았고

나는 내내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사랑은 왜, 때로

말과 칼이 동시에 되는 걸까요


우리는 언제나 서로가 두려워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뜻없는 말들을 이야기 했지요.


당신을

존중합니다, 라고 말한 건


당신이 무서웠거나

귀찮았거나

아니면, 내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사양입니다, 라고 누가 말했죠


나는 당신을

사양해온 것 같아요

정중하게,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고


존중한다는 말은

대체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꺼내지요

진짜 존중은

말하지 않죠

그냥 조심하고

조용해지는 거예요


우리

말을 덜 하자는 것도 아니고

더 하자는 것도 아닌데


아무 말 하지 말자고 하면서

한 단어씩,

끝까지 갑니다


이 세계는 생명이 아니라

목숨을 세는 곳이라

우리는 숫자로 떨어져 나가고


그 공백마다

존중이라는 스티커를 붙입니다


떼어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없음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다시 말합니다

내게

존중합니다, 라고


존중받은 나는,

이상하게도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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