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곁의 날개

by 승환

심장 곁의 날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겨나고

버려지는 것들.

자질한 감정들로
인생은 웃자란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버려진 것들을 먹고 자란다.

헝클어진 삶을 다듬으러
미용실에 간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저번만치로.”
나는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묶인 일상들을 내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스르륵,
날카로운 쇠소리가
기억을 잘라낸다.


검고 흰 머리칼 속에서
날개 하나가 나왔다.

미용사는 놀랐고
나의 날개는 한쪽이 잘려나갔다.

“괜찮아요, 또 자라겠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안 괜찮았다.

잘려나간 날개는
바닥을 구르다
비질에 쓸려 나갔다.


기억의 부스러기들이 사라지고,

머리칼 사이로 맑은 바람이 분다.

그날 이후,
날개는 자라지 않았다.


매일 머리통에

살이 올랐다.

뒤통수가 자랐고

마음은 줄었다.

앉은키만 커졌다.
날개는 아무 말도 없었다.


등 대신
뒷꿈치에서,
꼬리뼈에서,
사타구니에서
돋아나려다 시들었다.


나는 꿈을 꾼다.

머리가 아닌

심장 가까이,
영혼이 쉬는 자리에서
날개가 자라나기를.


엑스레이처럼
흐릿하게라도
보이면 좋겠다고.


날 수 있는 마음이
어딘가 있을 거라고.

펼치지 않은 날개,
젖은 새순 같은 것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


그 사이가 멀어지는 날이면
나는 조용히 몸을 더듬는다.

주머니를 뒤지듯
온몸을 훑는다.


젖꼭지가 가렵다.


그래,
거기

날개가

오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