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똥구멍
부시시한 아침이 있었다.
조끼넌닝구를 입은 옆집 아저씨가
섹시한 포즈로 묵은 졸음을 털고 있었다.
그의 머리도, 바람도
부시시했다.
아이들은 입가에 말라붙은 침을
닦을 새도 없이
부시시한 얼굴로 골목을 뛰었고,
기운 없는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허공에 겨우 얹혀 있었다.
그런 동네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깨어 있어야
겨우 세끼를 채울 수 있었던 곳.
사람들은 도토리 같았다.
고만고만한 키를 재지 않고
둥글거나, 모난 대로
각자 굴러가던 시절.
가난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았고,
서로의 옆얼굴을 익히며
뒷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저 그런 나날을 견디던 때.
불행하다 말하기보다
우울하다 느끼기도 전에
해가 먼저 지던 하루.
세상은
명징해지고 빛나는데
그런 날들이
왜 그리운지
나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욕심이 따라붙는 말들엔
늘 부사가 달려 있었다.
더 좋은,
더 멋진,
더 비싼,
너보다 더,
자유의 반대말이
소유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인생은 시소처럼
오르고 내리며
마음을 꽉 쥐고 견뎌야 하는 것.
손에 쥐고
머리에 이고
등에도 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졌다는 걸
비로소 내려놓고 나서야,
이제야 먼 길을 떠날 수 있다는 걸.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일은
결국 내려다보기 위한 일.
커다랗고 빛나는 것들도
멀리서 오래 들여다보면
시시하고 작은 것이라는 걸.
우리는,
요만큼도 더 잘난 것 없는
개미똥구멍 같은 인생.
세상을 담을 마음은
소박해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