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비

November rain

by 승환

11월에 비(November rain)



가을은

물들어가는 것들을

기다리는 시간,

이제 축제는 끝나고

바래져가는 것에

눈길을 거둔다


바람은 성긴 옷처럼

목덜미를 꺼슬거리고

불어와 떠나지 못한채

옆구리를 떠돈다.


비는 축축히 내리다

흐르지 않고

내 몸 구석진 모서리마다

고여들어 머문다


아무날도 아닌 날들이

삼십일 밤낮없이

늘어지고

빈 눈동자로 먼 곳만을

바라본다.


쓸쓸하고 외로워서

왜가리처럼

날개를 펴고

꺽꺽,


울음을 안으로

접어 삼키며

저무는 하루들


흐릿하게

세상은 바래져만 가는데

가시지 않는

상념의 망령


짙어지는

물냄새가

목안으로 차오른다.


비가 그쳐도

피어날 것 없는


서글프고 아린 것이

11월은 내린다.


불리는 이름 없이,

외로운 이들이

내리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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