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200포기가
집앞 마당에 부려지던 날,
커다란 빨간 고무다라를 꺼내
힘겹게 딱으시던
어머니의 둥근 등판에
고단한 숨결이 흔들거렸다.
연탄 이백장을
광에 넣으면,
온 마당이 시커멓게 어지러워도
환하게 꽃피시던
어머니의 얼굴에
나도 덩달아 들뜨던 마음.
11월은
아무날도 아닌 날인데,
몸도 마음도 바쁘게
후다닥 달음박치며 지나갔고,
이젠 11월이
연탄도, 김장도
아주 멀리 사라지고,
어머니도
아주 멀리 가시고,
하루만 길게
아주 길게 지나가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자던
여자애도 멀리 달아나고,
내 기억도
멀리 달아나고.
11월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네.
아무도 없는
11월이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