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가을

by 승환

고양이와 가을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발걸음소리에

새들이 낮게 날아오른다.


계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눌려버린 납작한 거죽을 본다.

한참을 보고야,

낮은 신음이 떨어진다.


아스팔트 위에

말라붙은 그림자,

형체를 알 수 없는 주검 사이로

눈부시게 하얀 뼈마디,

새하얗게

가지런히.


환영처럼 떠오른다.

엉금거리며 비틀거리던,

어쩔 때는 토끼처럼 깡총거리던

작고 마른 새끼 고양이.


그는 내게

영원히 알 수 없는

슬픈 존재란 것,

한 번도 본 적 없으면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거리에서 사라진 작은 생명 하나.

그 하나 없어도 거리는 여전히 흥청이고,

계절은 축제를 연다.


죽음이 옆에 있어도

오후의 햇볕은 따스하고

나무들은 색을 갈아입는다.


감정 없는 계절은

이유 없이 오고, 가고.

인생도, 늘 그렇다.


어린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간다.

커피 향 섞인 입김이 퍼지고,

바닥에 흘린 웃음소리가

맑아서 눈물이 난다.


생경한 오후를 지나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담배 한 모금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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