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아이고~
요즘 밤낮이 바뀌고 하루 12시간, 많게는 20시간까지 자고 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봐도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의지가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인데
내가 가진 증상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게 되니
물 속에 가라앉아 죽기 직전 잠이라는 발버둥을 치며
겨우 숨 쉬러 올라오는 꼴인건가 싶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우울증 환자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영상,을 봤다.
공감가는데 공감하기 싫은 이중적인 감정이 올라온다.
나와 너무 비슷해 내가 가진 결점까지도 비슷하게 표출하는 상대에게서
거부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우울증 테스트를 하면 불면증 증상을 체크하는 항목이 꼭 있던데
오히려 과수면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에서 도망쳐야 하니까.
나중엔 그냥 내가 게으르고 나태하고 그저 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잠이란 게 무의식과 만나는 시간이라면, 그 시간 동안 나 좀 어떻게 치료되고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었다.
그리고 안다. 알게 된다.
나를 고문같은 시간으로 몰아넣을 필요까진 없지만
당장 엄두가 안 나고 하기 싫고 나중으로 미루고만 싶은 것들을
그냥 하는 힘겨운 나날들이 쌓여야 그나마 정상 생활로의 귀환이 가능하다는 걸 말이다.
소리치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난 청결에 민감한 사람이라 청소만큼은 꼬박꼬박 하는 편이다.
그러고보면 아직 하고자하는 욕구가 다 죽지는 않았나보다.
지금 내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끼고 그 감정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직 내가 자포자기의 단계는 아니라는 걸 뜻하기도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부러 오전 시간에
운동 코칭 스케줄을 잡았는데 그럼에도 나는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해서
나중엔 선생님을 볼 면목도 없고 미리 불참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강제성을 띄면 내가 좀 달라질까 싶어 설정한 장치였는데
나는 힘들어했다. 그리고 처음의 의지충만한 상태가 얼마나 단발성이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싫어하게 돼버렸다.
그리고 하루 두 번의 운동이 다 끝나고 난 지금은
그야말로 밤낮이 더 심하게 바뀌고 잠만 온종일 자고 있다.
내일은 안 그래야지, 하는데 그게 반복 반복 반복되어 일주일은 우습게 흘러가버린다.
7~80%만 지킨다고 해도
더 바쁘게 스케줄을 설정하고 돈을 들여 운동을 등록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미 그동안 수차례 반복됐기에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나아가고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야 한다.
기분 좋을 때 약속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의 나는 의지가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지속성과 끈기에 있어 엄청나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만다.
너무나 쉽게 달라진 나를 보며 실망하고
그것이 반복되어 나는 정말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 돼버리고 만다.
가장 먼저 나에게서 말이다.
7~80%의 목표치를 생각하고
다시금 강제성을 띤 바쁜 스케줄을 설정해야겠다.
너무 쉽게 실망하고 너무 쉽게 좌절하지도 않을만큼의
여유와 아량을 남뿐만이 아닌 나에게도 베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