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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an 22. 2020

[취향을 찾아서 9화] 15초 짧음의 재미

요즘 빠진 영상앱, 틱톡

나는 영상 앱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유튜브는 "온라인 상에서 셀렙이 되고 싶어 멋지게 연출했던 나  VS 현실상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간의 자아 충돌 때문에 번아웃이 와서 운영을 접었다. 지하철 광고에서 보던 틱톡은 관종 집합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정확히는 영상편집의 그 귀차니즘, 지침, 몇 시간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처참했던 조회수를 알기 때문에 영상 만들기가 싫었다. 그리고 나의 콘텐츠는 영상보다 글 반응, 블로그 광고 유입 등이 더 뛰어났기 때문에 영상보다는 글을 더 써야 한다는 내 생각도 있었다. 멋있고 싶은데, 셀렙이 되고 싶은 나와 그렇지 못한 나 사이의 간극 때문에 벌어지는 번아웃도 피하고 싶었고.






하지만 2019년 말, 나는 제닉스에서 일하면서 틱톡이라는 것을 운영하게 되었다(그 후, 건강악화로 인해 퇴사해야 하긴 했지만). 제닉스 틱톡이 생기기 전, 내 틱톡을 임시로 시험해보았는데... 나는 여기서 뭔가 냄새를 잡았다. 틱톡은 중국에서 개발한 영상 앱인데, 15초 ~ 1분(틱톡 파트너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가량의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앱이다.


뿐만 아니라 틱톡 내에서는 이모지, 각종 편집 효과, 저작권 상관 없이 쓸 수 있는 음원들까지 제공해줬다(K팝 포함). 회사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내 일상부터 찍어서 시험삼아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첫 영상부터 올린 지 20분도 안 되어 200뷰를 찍더니 좋아요가 막 찍히는 게 아닌가! 신기했다. 애플워치를 찬 영상을 올린 것 뿐인데, 그게 뭐라고 유튜브보다 더 빠른 시간에 좋아요가 찍히네?


그후로 약간, 15초 짧은 영상 만들기에 재미 들렸다. 그 결과는 지스타 2019 때, 내 계정으로 회사 콘텐츠를 시험해야 하는 순간에 나타났다. 제닉스 홍보모델이었던 송주아 님을 촬영해 올린 두 영상이 도합 조회수 31,000건을 기록했었다. 그 두 영상 중 하나는, 올린 지 1시간 만에 2,000뷰를 찍었고.


그날 이후로, 블로거의 일상을 담는 틱톡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2주간 열심히 운영했다. 2주간 운영한 결과는 팔로워 122명을 모았던 거(유튜브는 개설 6개월 만에 구독자 101명 달성)였다. 하지만 이내 한계점에 다다랐다. 내 일상이 멋있는 것도 아니었고, 일상 속에서 이야기하자니 틱톡에 꾸준히 올릴 수 있는 게 적었다. 틱톡에서 금방 반응이 오고 재밌는 일도 많았지만, 올릴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열심히 했던 2주 후에는 다시 방치 수준으로 변했다.



이 재밌는 틱톡을 어떻게 하면 꾸준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재미 들리려고 한 일이 아니었던 틱톡이 나의 취향이 되고, 영상 올리는 맛을 느끼게 해줘서 그런가, 이번에는 유튜브보다 더 열심히 운영해보고 싶었다.


유튜브는 영상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린다. 컷편집, 자막편집, 음성녹음은 물론이고 저작권법에 어긋나지 않는 오디오 라이브러리 음악까지 구해야 한다. 이걸 다 하면 하루에 6시간이 날아간다. 고생해서 만든 영상이 뜬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틱톡은 다르다. 내가 즐기고 있는 걸 15초 짧은 영상으로 찍고, 앱 안에서 배경음과 자막 모두를 편집할 수 있다(영상 전환효과, 비디오 보정 포함). 유튜브보다 반응이 빠르다. 너무 효율적이지 않은가. 영상 시대에 말이다.


고민 끝에, 나는 영상시대에 운영할 영상 SNS로 유튜브가 아닌 틱톡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고민했다. 여기서 나는 멋있어 보이는 연출된 자아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현재의 나와 비슷한 자아를 택할 것인가를.


나는 후자를 택했다. 전자로 운영했던 유튜브가 오래 가지 못했고, 후자의 방식대로 운영했던 블로그가 더 대성했던 지난 1년 반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얻은 교훈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독서와 맥심을 즐기는 나를 틱톡에 알리기로 했다. 게임, 음식, 도서 전체는 블로그에서 다루는 것이 나의 8년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취향 중에서 독서와 맥심만을 따로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맥심을 좋아하는 것은 김충재만의 색깔이다. 그 색깔대로 운영한다면, 유튜브 때 겪었던 번아웃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란 생각 때문에 말이다. 내 색깔대로, 조금이라도 현재의 나와 비슷한 상태로 틱톡을 운영하겠다고 결심했던 날, 나는 그날부터 틱톡에 독서일기와 맥심 읽은 것을 15초 영상으로 찍어서 올렸다. 좋아요는 없었지만, 뭔가 이제서야 나다운 영상 채널을 운영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간단하게 영상 찍어서 올리고 공유만 하면 되니까 유튜브보다 더 재밌었다.






오늘은 한 번 시험해봤다. 내 얼굴을 틱톡에 드러내기가 좀 꺼림칙했는데, 어떤 어르신이 귀엽게 이모티콘을 달고 틱톡을 시작하신 걸 보고 나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내 얼굴을 공개한 책 일기 영상을 찍었다. 19분 만에 좋아요 1개가 눌렸다. 아, 틱톡은 내 얼굴도 같이 드러내서 내 현재의 모습, 매력 등을 특색있게 가공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동안 블로그 글만 써서 웃음이 사라진 내 얼굴에 웃음을 재밌고 유쾌하게 선물로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15초 짧은 영상이, 나에게 이렇게 취향저격하게 될 줄 몰랐다. 옐언니나 예쁘고 귀여운 틱토커들은 아니지만(그렇게 될 수도 없는 32살이라서), 여기서 최대한 현재 내가 즐기는 것들을 내 모습대로 보여주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 틱톡을 취향으로 삼아서, 블로그나 브런치처럼 열심히 운영해봐야겠다.


혹시 아나? 이게 내 취향일 뿐이었는데, 블로그처럼 나에게 또 다른 비즈니스 툴이자 채널이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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