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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an 12. 2019

[트렌토리 #1] 업데이트인가 없데이트인가

나는 꼰대가 되어 있었다(그 꼰대가 90년생을 공부한 이야기)



말로만 들었던 트렌토리에 드디어 참석하게 되었다. 트렌토리는 인큐에서 트렌드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일정상이라면, 나의 트렌토리는 2019년 2월에 시작되어야 했다. 왜냐면 그때 토요 오후반 듣는 걸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기회가 다가왔다. 임홍택 작가님을 모신 빅토리에서, 트렌토리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고, 그 결과 현장에서 내가 꼰대가 되어 있었음을 이번 트렌토리를 통해 알게 됐다. 젠장.


01. 나는 업데이트가 된 거야, 아님 없데이트 된 상태였던 거야?



내가 꼰대가 되어 있었다고 자각했던 건, 내 일 영역 외로는 아무것도 말을 못하고, 내가 관심 있는 주제나 시류가 뭔지도 제대로 말을 못했다는 점이었다. 18. 일 잘하면 인정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일이란 것도 내가 속한 크리에이터 집단에서나 통할 얘기지, 일상을 자유롭게 나누고 싶거나 모임에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과 만날 때는 아니었던 것이다.


에잇! 이게 뭐여! 나는 그간 내가 업데이트 된 줄 알았다. 블로거에서 브런치 작가로, 유튜버로, 구글 광고를 수주하는 블로거로, 또..... 한 회사 전체 마케팅을 책임지는 책임자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근데 일 외로는 내가 모임에서 할 말이 없었다. 쯥. 하긴 뭐 친구들 만나서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것보다 내 일에서의 나의 위치만 말했으니.




그래서 트렌토리 모임을 참여하며 이런 걸 느꼈다. 나는 업데이트 된 것인가, 아니면 없데이트 된 상태였던 것인가라고.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전체적으로 없데이트된 상태였다(아오 이런 미친 xiang). 일에서만 업데이트 되면 뭐하냐고. 연애를 해봤나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어봤나, 어? 하다못해 여행을 다녀오긴 한 건가, 애플과 트와이스, 콘솔게임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보기를 했나.....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2~4월 트렌토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일적인 것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유튜브나 티스토리, 브랜드 마케팅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트렌토리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공부하면서 콘솔게임 / 트와이스 / 애플 이외로 내 취향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겪어보며, 없데이트가 아닌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2019년을 만들어보자고.


궁극적으로는, 일만 이야기하고 내 경험만 옳다는 꼰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아마 내가 일만 업데이트 되고 다른 전체적인 건 없데이트된 꼰대였다는 걸, 90년생이 온다 트렌토리를 체험하면서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트렌토리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것, 친구들은 무엇에 관심있나를 보며 나를 업데이트 해줄 흐름을 찾고 싶다. 꼰대에서 벗어나고 싶다.


02. 빅토리: 90년생들을 이해하다(나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나에게 내가 꼰대였음을 자각하게 해준 트렌토리가 끝난 후, 빅토리 시간이 열렸다. 빅토리 시간은 [90년생이 온다] 책 저자 분이신 임홍택 작가님을 모시고 90년생들이 조직에서, 사회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해시태그가 오갔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오늘의 행복”과 “젊은 꼰대”, 그리고 “가이드가 필요한 세대”였다. 하나씩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오늘의 행복: 90년생들은 미래의 행복 때문에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순간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면 그들은 80년생(1980~1989)들이 내일의 행복을 위해 자기계발하고 야근해도, 조직에서 밀려나는 걸(사람이 미래다라고 말했던 모 기업이 생각난다) 보면서 자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오늘 참아도, 내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 세대들이 “너희는 뭐 참을성도 없니?” 혹은 “야근 안 하냐?”라고 말해도 오늘의 행복을 위해 아닌 건 과감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칼퇴한다.


2. 젊은 꼰대: 누구나 다 꼰대가 된다. 꼰대가 되고 싶어서 되는 건 아니다. 일반 사원에서 관리자의 입장이 되면, 그들을 통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꼰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검열을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닌지..... 혹은 꼰대가 면죄부가 될 수 있다. “그래, 나 꼰대다! 뭐 어쩌라고? 꼰대 맛 봐라!”고 하거나, 꼰대라는 이름 아래 썩은 사과들이나 상꼰대를 숨기기 때문에.


3. 가이드가 필요한 세대: 90년생은 인강을 보고 자랐다. 그들에게는 어떤 퀘스트가 주어지면 스스로 방법을 찾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이드를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꼰대 너랑은 말하기 싫어요. 너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마음을 가지며 나에게 친절하게 알려줄 멘토나 큐레이터를 찾아간다. 그들의 말을 따른다.





내가 그들을 배우면서 느낀 건, 나도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단 점이었다. 80년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90년생과 별 차이 없는 89년생이었으니까. 나 또한 84년생 선배, 80년생 선배들이 대기업 취업에서 물 말아드시고 방황하시며 공무원을 준비하는 걸 봐 왔던 세대고, 한평생 직장을 다녔지만 배신 당하고 버림 받은 부모 세대들을 봐 왔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일을 하다가 막히면 강원국 작가님 책부터 살펴보고, 아이패드 프로로 빠르게 영상 편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방구석 리뷰룸의 루마퓨전 강좌부터 듣고 빨리 실습해보면서 나만의 가이드가 추천하는 방법을 따르고 있으니까. 내일의 행복을 위해 야근하지 않고, 가급적 정시에 맞춰 퇴근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운동을 간 다음, 내 유튜브 콘텐츠 기획을 하니까 말이다. 결국 나 또한 그들과 태어난 시간만 다를 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만, 20대 때 내 업에서 끝판대장까지 올라봤으니 꼰대 마인드가 있었던 거고, 일 외적인 것에서 업데이트가 일어나지 않아 꼰대가 되어버린 것일 뿐이었다.


결. 트렌토리는 나의 업데이트,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앞으로 트렌토리는 나의 업데이트, 그 시작이 될 것 같다. 내 일에서 벗어나, 내 또래 친구들과 동생들은 어디에 관심있는지 대화를 통해 배워나갈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취향점들을 더 많이 찾게 될 듯하다. 일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전시회, 콘서트, 핫플 투어, 베스트셀러 읽기, 다양한 게임 해보기 등 내 삶을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채우는 활동들을 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그래, 이제는 일에서만 업데이트되지 말자. 삶과 취향, 관심사 발견 및 경험을 통해 없데이트된 일 외적 요소들을 업데이트 해보자. 트렌토리는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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