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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n 24. 2019

[취향을 찾아서 1화] 나의 인생 영화와 영화토리

취향 매거진 제1호

#01. 나의 인생 영화와 기준들


누구나 하나쯤, 자기만의 인생 영화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흔히 "저는 라라 랜드가 인생 영화였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인생 영화가 있다. 단, 나의 인생 영화는 내가 영화를 즐기면서 스스로 만들었던 나만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1) 내가 봤을 때, 전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인 영화

2) 영화를 본 후, 느낌을 기억하고 싶어서 영화관에 가서 재관람하고 관련 굿즈를 사는 영화

3) 나를 매료시키는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

4) 영화 메시지가 뚜렷하여,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







내가 봤을 때, 전율을 느낄 정도로 황홀했던 영화는 두 편이었다. 중학생 때, 영화관에 가서 "이게 뮤지컬이구나..."를 제라드 버틀러와 에미 로섬을 통해 느끼게 했던 [오페라의 유령]과, 대학생 시절 마지막을 충격적인 비주얼과 과학의 만남으로 장식했던 [인터스텔라]였다.


이 두 영화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영화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카리스마 넘치는 팬텀과, 여리지만 팬텀을 감싸줬던 크리스틴 다에의 사랑을 전율이 넘치는 노래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과학을 이렇게 인문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등,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웅장하게 표현해줬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준인 "영화를 본 후, 느낌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관에서 두 번 보거나 관련 굿즈를 사게 만드는 영화"에 해당하는 것은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던 [설국열차]였다.


[마션]은 과학과 재난이 함께 비빔밥처럼 비벼진 영화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천적인 천재 식물학자였던 주인공 마크 와트니 덕분에 빵빵 터지면서 영화를 관람했었다. [마션]에는 재난 영화에 뻔히 나오는 클리셰인 비장미, 누군가 리더가 되어 재난을 탈출하는 장면, 엉엉 우는 장면이 없었다. 대신, 틈만 나면 "WTF(What the...)"를 날리는 우리 욕쟁이 마크 와트니 덕분에 웃으면서 즐겼다. 그 후에 샀던 원작 소설은 영화보다 더 재밌었던 것은 덤.


[설국열차]의 경우는 반대였다. 영화를 보고 충격을 먹어서, 이 영화의 원작은 어떤 모습일까? 봉준호 감독이 그렸던 것처럼 냄쿵민수의 딸인 요나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에 비싼 돈을 주고 원작 만화를 샀었다. 근데 이게 웬걸.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 설국열차는 영화보다 더 암담한 결말이었다. 인류가 영원히, 설국열차 안에서 살게 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아서.


그러다 보니, 봉준호 감독이 기존 원작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의 세계가 깨어지면,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거라는 희망적인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설국열차]는 [마션]과는 좀 다른 의미로, 내 인생 영화가 되었다.








마지막 나의 인생 영화 두 개의 기준은 나를 매료시키는 영웅이 있을 것, 그리고 영화 메시지가 뚜렷하여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다. 이 두 조건에 각각 부합했던 영화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다.


[반지의 제왕]에는 아라곤이라는 나의 영웅이 있었다. 고난을 넘어서 곤도르의 왕이 된 그는 나에게 있어서 표본이나 다름없는 캐릭터였다. 책임감 있게 반지 원정대를 이끌었던 장면, 부서졌던 나르실을 들고 해골왕 앞에서 내가 곤도르의 후계자다!라고 외쳤던 장면, 검은 문 앞에서 명연설을 날리며 프로도를 향해 시간을 버는 전투를 수행하는 모습은 나에게 "저게 진짜 남자다!"라는 기억을 줬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영웅이 필요해질 정도로 내가 약해지면, 나에게 영웅이었던 아라곤을 다시 보기 위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편이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경우, 정한론을 외쳤던 사이고 다카모리를 미화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을 제외하고 영화 내용에만 집중해서 본다면 꽤 큰 의미를 던져줬던 영화였다. 전쟁 영웅이었던 네이든 알그렌(톰 크루즈)과, 과거 나라를 지켰던 명예가 자신들의 큰 가치관인 사무라이들이 "근대화, 새로운 제도와 문물" 앞에서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벌였던 마지막 전투는, 나름 나에게 "새로운 문물과 나만의 가치 중, 무엇을 우선으로 둘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내 인생 영화로 남았다.




#2. 내가 영화토리에서 이야기한 영화는 [마션]이었다.





어제는 인큐 트렌토리 모임 내 소모임인 영화토리가 열렸다. 트렌토리는 트렌드를 서로 이야기하며 배워가는 모임이고, 그 안에는 다양한 소모임이 있다. 그중, 영화토리는 최유리 영화 마케터님께서 운영하시는 토리다. 영화토리는 마케터님이 선택하신 영화 혹은 내 인생 영화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어제 열렸던 영화토리 모임의 주제는 "나의 인생영화"시간이었다. 내가 인생영화를 고를 때 삼는 기준이 많듯, 나 또한 많은 인생 영화들 중에서 어떤 걸 이야기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나는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을 선택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뭔가 어렵고, [반지의 제왕]은 모임에서 이야기하기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이에 비해 [마션]은 모임에서 이야기하기 딱 좋은 영화였다. 내가 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이기도 했고, 주제가 마크 와트니의 처절한(?) 화성 생존기였기 때문에 과학적인 이야기는 적게 나왔고, 재난영화의 뻔한 클리셰가 없어서 부담 없게 즐겼던 공상과학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 영화를 꼽는 모임에서 이 영화가 생각났던 이유는 취업준비를 하던 힘들었던 때, 이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괴짜이자 천재 식물학자였던 영화 주인공 마크 와트니 덕분에 웃으면서 영화를 봤으니까 말이다.




#3. 영화토리에서 발견한 나의 취향: 나는 힘들 때 웃긴 걸 찾는 사람이다.



영화토리에서 [마션]을 이야기하며 발견한 내 취향은 "나는 힘들 때 웃긴 걸 찾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간 나는 힘들 때 사마의나 제갈량, 아라곤과 같은 영웅 이야기를 찾아보고, 영웅들에게서 자극을 얻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 반대였다. 웃긴 걸 찾아보고 스트레스를 날리며 힘든 걸 잊어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힘들었을 취준 시기에 봤던 [마션]이란 영화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유쾌한 괴짜 천재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 덕분이었을 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화성에서 살기 위해 낙천적인 유머 감각(+ 욕)과 근자감, 자기만의 영웅 놀이로 버텼던 그의 모습에서 웃었고, 그게 내 스트레스를 풀어준 것 같았다. 영화를 본 후, 스트레스가 줄어든 채로 취업준비를 해서 원하던 직종으로 이직 성공을 했었으니 말이다.


영화 [마션]을 보고 힘들었던 취준 시절을 거친 지 4년이 된 지금, 나는 다시 취준생이 된 프리랜서(?)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다. 요즘 다시 내 인생이 힘들어졌다. 수입이 거의 없었으며, 창업에 실패했다. 들어갔던 회사는 반년 만에 구조조정당해서 퇴사하게 됐다. 이 모든 걸 작년 중반부터 겪었으니, 1년간 참 힘든 것들만 겪었던 듯하다.


때마침 지쳤을 때, 다시 [마션]을 다운로드하여 봤다. 쾌활한 괴짜 과학자 마크 와트니는 내게 또 웃음을 줬다. 덕분에 내 스트레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 기운 덕분이었을까. 나는 영화토리 모임을 즐기고 왔고, 내 취향이 "힘들 때 웃긴 걸 찾기"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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