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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n 25. 2019

[취향을 찾아서 2화] 잡지 읽는 남자

잡지로 보는 세상이 많은지라.

#1. 남자가 잡지를 본다고?


작년, 나는 한창 창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창업 준비는 올해 실패로 끝났지만. 그때 나는 마지막으로 내가 주관하는 모임 기획을 하고 있었다. 내가 기획한 모임은 잡지로 트렌드와 남녀 취향을 같이 보는 모임이었다. 이 기획안을 내니까, 팀원들은 지지해줬다. 하지만 내 친구들 중,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던 몇몇은 떨떠름하게 여겼다. 책 읽고 게임하는 내가 잡지를 볼 줄은 몰랐나보다.


그 떨떠름했던 반응은 아마, "남자가 잡지를 본다고?"일 것이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거나 양질의 책을 좋아한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잡지로 모임한다는 것, 남자가 잡지를 읽는다는 것을 떨떠름하게 여길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내 취향 중 하나가 잡지를 읽는 것이다. 공익근무요원을 마친 후, 맥심을 읽은 적이 있었다. 맥심에 예쁜 누나들(허허허)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예쁜 누나들 말고 게임 / 패션 / 오컬트 / 에디터들의 병맛 넘치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 나는 잡지에 빠져들었다. 한달에 한 번, 잡지를 사서 읽고, 내가 맥심 에디터 1차 서류전형 합격까지 했을 정도로, 나는 잡지를 읽는 걸 좋아했다.


요즘은, 잡지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상과 트렌드, 에디터들의 재밌는 필담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사랑한다.



#2. 내가 좋아하는 잡지 3종: 그라치아, 매거진 B, 맥심코리아




위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잡지 3종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맥심, 맥심 에디터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를 썼던 손안나 에디터가 이직하셨던 그라치아 매거진, 그리고 창업 활동 당시 매거진 모임을 기획하며 만났던 매거진 B. 책을 읽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작가는 다른데 왠지 모르게 하는 말은 거기서 거기라고 느껴지는 때가.


잡지는 읽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 잡지 성격에 따라 지향하고자 하는 편집점이 달랐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그라치아, 매거진 B, 맥심코리아는 성격이 매우 다른 잡지다. 다루는 메인 주제도 패션, 브랜드, 남자의 취향 등 확고하다.






첫 번째 잡지는 패션 매거진인 그라치아 코리아. 예전에 나는 맥심에 빠졌을 때(지금도 정기 구독자로서 빠져 있지만), 손안나 에디터의 글을 매우 좋아했다. 그 에디터가 이직한 곳이 그라치아 매거진. 손안나 에디터가 이직한 후, 한 권 사서 읽었을 때, 그분의 기사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던 게 엊그제였다.


나는 현재, 이 잡지를 정기 구독해서 본다. 매거진 모임을 기획했을 때, 손쉽게 패션과 관련 가십을 읽을 수 있는 잡지가 필요했었다. 그때, 그라치아를 즐겁게 읽었던 적이 생각나 구독했다. 그라치아는 지금은 월간지이지만, 내가 처음 그라치아를 접했을 때, 그라치아는 격주간지였다. 그런데 구성이 매우 좋았다. 얇은 잡지에 양질의 패션 기사, 패션과 연관된 가십 기사, 트렌드 기사, 패션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델과 어울리는 배경 / 옷 스타일 / 메이크업을 통해 모델을 더 예쁘게 연출하는 화보까지 다 들어 있다니...


세월이 흐른 지금, 그라치아는 월간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잡지를 만났을 때 기분 좋았던 점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모델 사진을 보면, 나중에 여친이 생기면 꼭 이렇게 찍어주고 싶다고 느낄 정도의 감각적인 화보가 여전했다. 패션과 패션을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 가십거리도 여전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그라치아를 읽으면, 뭔가 "잘 정리된 패션 매거진"이라고 느낀다. 마치 변하지 않는 친구에게서 느껴지는 그만의 향기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두 번째 잡지는 매거진 B. 이 잡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브랜드만 파고 드는 잡지다. 해당 월호의 주제가 스타워즈라면, 잡지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스타워즈에 대한 내용만 싣는다. 나는 처음 이 잡지를 접했을 때, 의아하다고 느꼈다. 왜? 브랜드를 주제로 했을까? 브랜드만 다루면 잡지가 완성될 수 있을까?


결론은 기우였다. 매거진 B를 펼쳐든 순간, 그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브랜드를 추천하는 사람의 이야기, 브랜드 덕후의 신앙간증,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철학 등등, 해당 브랜드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 생각이 다 담겨 있었다. 소위,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덕후라고 하듯, 이 잡지는 해당 월의 주인공인 브랜드를 설명해주는 브랜드 덕후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잡지가 재밌었다. 한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취향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에는 철학이 있다(심지어 그 브랜드들은 철학을 실천으로 옮긴다). 내가 몰랐던 브랜드들을 심도 깊게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매거진 B를 좋아한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세계를 만든 사람들의 철학, 세계를 좋아하는 팬덤의 신앙간증 등을 덕후가 이야기하듯 구성된 편집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








마지막 세 번째 잡지는 맥심코리아다. 이 잡지를 사서 읽은 것은 2012년 말이고, 정기구독을 신청했던 때는 2015년 중반이었다. 처음 이 잡지를 접했을 때, 나에게 편견이 있었다. 커버부터 너무 섹시한 누님들이 나오셨기 때문에, 저거 플레이보이 같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잡지를 처음 사서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내가 맥심에는 섹시한 누님(!!)만 있는게 아니었단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섹시한 누님과 함께, 남자들의 의협과 마초 정신을 자극하는 무도인들의 이야기, 장광 / 안성기 / 타이거 JK / 대도서관 등 시대를 주도했던 남자들이 말하는 남자 이야기가 있었다.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이야기, 굿즈 이야기, 자동차 이야기(미스맥심이 화보찍는 거 포함), 굳이 알아두면 쓸데 없지만 신기했던 오컬트 이야기가 있었다. 남자들을 위한 아이템 추천 기사도 있었다.


그리고 더 재밌던 것은, 에디터들과 독자들 간 밀당하고 서로 디스할 정도로 케미 넘치는 글들의 존재였다. 현웃 터질 정도로 재밌었다. 이처럼 맥심에는 섹시한 누님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남자를 더 남자답게 만들기 위해, 남자들의 취향이 총망라된 고전이었다. 이것을 알게 된 후, 나는 맥심에 빠져 지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더 멋있는 남자들을 만나 "저런 남자가 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또, 예쁜 누나들도 많이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잡지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준 맥심은, 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이벤트를 만들어줬다. 그 이벤트는 내가 맥심 에디터 시험에 실제로 도전해본 것이다. 2차 필기시험장에 가서, 선배가 되실 줄 알았던 에디터 분들을 보며 맥심스러운 문제들로 가득한 인적성과 어려웠던 논술고사를 봤던 경험. 이걸 어디 가서 다시 해볼 수 있을까. 비록 시험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그날 이후, 나는 맥심을 정기구독할 정도로 맥심에 빠졌다.




#end. 내가 잡지를 보는 취향: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다.




나는 남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잡지를 좋아하는 남자다. 2012년부터 잡지란 것을 접했으니, 올해로 딱 7년차다. 맥심을 통해 알게 된 잡지는 항상 나에게 "내가 모르는 분야의 트렌드와 사람들의 이야기, 브랜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특정 타겟층 취향 저격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들을 읽다 보면, 내가 어디 가서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내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든다. 나의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다. 이 덕분에, 내 취향 중 하나가 "잡지 읽기"인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내서, 잠깐 잡지를 읽었다. 잡지를 읽는 나의 취향을 통해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취향일기는 여기서 마무리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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