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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n 26. 2019

[취향을 찾아서 3화] 게임을 좋아하신다고요?

6년 차 책 블로거, 하지만 20년 차 게이머이기도 한 나

#1. 게임을 좋아하신다고요? 독특하시네요?





나는 2012년부터 블로그를 해 왔다. 그중, 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리뷰는 2013년부터 써 왔으니, 난 올해로 6년 차 책 블로거라고 부를 수 있겠다. 독서를 좋아하고, 작가님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6년간, 블로그를 책으로 도배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걸 본 사람들(인큐에서 같이 배웠던 사람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블로그로 연이 닿은 사람들)은 내 취미가 독서와 연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사, 글쓰기 정도로 생각했던 듯?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게임을 즐긴 20년의 역사가 같이 있다. 친구에게 빌려서 눈칫밥(?) 먹어가며 했던 [천년의 신화], 사촌 눈칫밥과 갖은 허세를 마주하며 플레이했던 우리나라 민속놀이인 [스타크래프트], 신박했던 삼국지 게임 [삼국군영전]이 내 게임 라이프의 시작이었으니, 딱 올해로 20년이다. 액면 그대로 본다면, 게임은 내 취미이자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다들 의아해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싫어하지 않아요? 어떻게 둘 다 좋아할 수 있지? 신기하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입장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좋아하면 안 되나요?"






#2. 책 블로거가 게임을 취향으로 선언했던 이유: 활자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한계가 있더라.


의아해 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 저편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을 안 할 거야"라는 어느 정도, 굳어진 생각이 있으니까. 하지만, 난 "Why Not?"인 입장이다. 왜냐면 짧은 나의 경험상, 활자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 일, 형편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가정 일, 각종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책 읽기로만 푼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일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렇게 1년을 살아보고 나니, 친구들 사이에서는 진지충이 되어 있었다(슬프게도).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아플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문구를 곱씹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진지충이 된 듯했다(먼 산). 그리고 가족 분들이 주시는 선물이 눈물겹게도 책으로 도배됐었다. 너는 책을 많이 읽으니, 독서도 스트레스로 푸는 것 같다며. 음. 가족 분들의 호의는 감사했으나, 책 읽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한계가 있었다.  맨날 생각을 곱씹다 보니, 가뜩이나 내 마음의 무게를 짓누르는 생각의 무게가 커져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프리랜서로 독립했던 재작년 말, 진지하게 생각했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활자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라고. 생각 끝에, 나는 오래된 내 취미를 전격 부상시켜 내 취향으로 공표하고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취미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나를 알고 지지해주시던 분들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작년에 밀어붙였다. 그랬더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일도 재밌어졌다.






#3. 게임을 취향으로 공표하고 밀어붙여서 발견한 나: 나는 스트레스를 단순한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사람이다




2017년 12월, 나의 취향 공표 작업은 시작됐다. 취향 공표 직후, 나는 자아탐구를 했고, 나의 게임 라이프에서 큰 만족을 줬던 콘솔 게임을 메인으로 골랐다. 내가 콘솔 게임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00년이었다. 미국에 이민 가셨던 친척 분께서 어느 날,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작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셨다. 개구리 게임과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1]과 함께.


그 선물은 기생충에 나왔던 반지하 방에 살았던 나에게 신기함 그 자체였다. 낡은 컴퓨터에서 [천년의 신화]도 렉 걸려서 어쩔 줄 모르던 나에게, 플레이스테이션은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들이 바로바로 움직이고 공격했었던 경험을 줬다. 그날 이후, 다른 친척의 도움(?)으로 개조를 했고, 한 달 용돈 5천 원을 전부 게임 사는 데 썼다. 당시 용산에서 게임 복사본이 5천 원이었으니, 한 달 용돈을 받으면 게임에 다 썼었다.










그때 내가 접했던 게임이 [위닝일레븐 2002], [철권 3], [데드 오어 얼라이브 1]이었다. 밤새는 것도 모르고 즐겼다. 또, 집이 가난하고 싸움 못 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을 때, 그 아픔을 게임으로 달랬었다. 그래서 그때, 왕따를 당했어도 스무스하게 잘 넘어갔던 것 같다. 비슷한 경우로, 치매 어르신들의 고성 때문에 괴로웠던 공익 생활도 게임으로 달래며 풀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12월에 했던 자아탐구는 나에게 이 결과물을 줬다. 나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게임 블로그와 게임 유튜브를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게임 라이프를 즐겼다(물론 독서도 했다. 창업활동의 기반이 독서커뮤니티였고, 책 블로거의 경력도 계속 이어가던 시기였으니까). 남들이 의아하게 여겼어도 말이다. 그렇게 1년을 "게임은 내 취향이다"라고 공표하고 실천으로 옮겼을 때, 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발견한 내 모습은 "나는 스트레스를 단순한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사람이다"였다. 활자 중독이었을 때는 어려운 책을 정복했다는 희열이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진지충이 되었던 그 순간, 어려운 책을 정복하고 내 생각을 만드는 것이 재미없게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내가 친구와 사회적 관계에서 진지충이 된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맘때쯤, 책을 읽을 때 드는 생각과 내 삶의 무게와 합쳐져 더 큰 생각 덩어리로 만들어져서 머리만 아팠기 때문에.


게임을 취향으로 공표하고 밀어붙였던 지난 2018년은 어땠을까? 힘든 일이 있어도 내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게임을 통해 적을 죽이고, 몰입하면서 내 생각의 무게가 반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작체계가 PC보다는 쉬웠던 콘솔 게임의 영향력 때문이었을까. 단순하게 버튼을 누르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단순했던 활동은 자아탐구에서 발견되었던,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었던 나의 좋은 경험까지 같이 불러일으켰다. 그 덕분에 삼재 중 가장 하드코어하고 무섭다는 들삼재 전반부 때, 내 친구들이 "야, 너 얼굴 많이 폈네? 편안해 보여서 보기 좋아!"라는 좋은 칭찬도 받았다.


이와 같은 경험은 책 블로거 활동을 지금도 이어주게 했다.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니까, 책을 읽을 때와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접하는 책과, 그 책을 리뷰로 남길 때 "이 콘텐츠는 이 맥락으로 가볼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게임 덕분에 정말 힘들었던 최근 회사 생활도 6개월 가깝게 버틸 수 있었다. 이때 만든 콘텐츠는 공감 수 평균 50개 이상을 기록하며, 블로그 구독자를 10,904명까지 늘리게 해 줬고, 한혜원 작가님과 김가희 작가님, 최유리 마케터님 등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게 해 줬다.


그때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까지 복잡해서는 안 된다. 그렇잖아도 삶이 복잡한 사람에게, 스트레스까지 복잡하면 내 머리가 터진다. 번아웃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즐겼던 콘솔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책 블로거이자 마케터인 현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를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게임을 취향으로 공표하고 이것이 나라는 것을 입증시키기 위해 했던 작년 경험들 덕분이었다.





#4. 요즘 나의 게임 취향: 단순 하디 단순한 레트로풍 게임





게임을 취향으로 공표했던 책 블로거의 게임 취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요즘 나의 게임 취향은 단순 하디 단순한 레트로풍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콘솔 게임도 해보니까 의외로 복잡한 것들이 많았다(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리메이크 등). 오 마이 갓. 게임 취향 공표 활동으로 발견한 "단순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것"과 반대된다.


레트로 게임은 그것들에 비해 매우 단순하다. 버튼을 많이 누르지 않아도 된다. 또, 옛날 추억의 맛이 있다. 어렵지 않은 조작으로 추억을 느낀다.... 딱 나와 잘 맞는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내 게임 취향은 레트로(+ 레트로풍 스타일)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현세대 기기로 즐기지 못한 게임들도 많아서 완전히 옮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end. 책 블로거도 게임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취향 매거진 제4호는, 독서 20년과 함께 내 취미 및 취향 역사 중 가장 긴 게임에 대해서 다뤄봤다. 글을 마치면서, 나는 책 블로거가 게임을 좋아하는 걸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책 블로거도 게임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삶에서 다른 재미를 찾고 산다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게임을 취향으로 공표하고 만들어가면서, 나는 생각보다 단순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사람임을 발견했다. 그 방법을 써서 나름 위기도 잘 넘기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편안해졌다는 칭찬도 들었다. 책 읽는 게 일이 되어 버린 요즘, 게임으로 적당히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내 일로 복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좋아하는 블로거도 게임을 좋아할 수 있다"라고 알려드리고 싶다. 또, 의아한 눈빛보다는 "아, 이 사람은 이게 취향이지"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게임의 역사가 독서의 역사만큼이나 내 개인사에서 길었고, 이를 잘 활용하여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전보다 더 즐기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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