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가 겪는 불평등
즐거운 사회학 수업 시간, 불평등 개념의 종류를 배웠다. (1) 기회의 불평등-결과의 불평등, (2) 형식적 불평등-실질적 불평등, (3) 수평적 차이-수직적 차이. 교양 수업이기에 깊게 들어가지 않고 개념들을 간단간단하게 배웠다.
(1) 기회의 불평등이란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가, 결과의 불평등이란 같은 기회를 주어도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하는가이다. 기회라는 것이 형식적으로만 평등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불평등을 자아내지는 않는지 고찰해보는 것이었다. 수능과 공교육 등 교육제도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기회적으로 평등한 제도지만, 부모님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볼 때 결과적으로 불평등한 면도 존재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2) 형식적 불평등은 형식적으로 차별이 존재하는가, 실질적 불평등은 형식적으로는 차별이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존재하는가이다. 기회의 불평등-결과의 불평등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 때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던 시대가 존재했다. 미국 내 흑인들 또한 마찬가지로 투표권이 없던 시절이 존재했다. 지금은 투표권 관련 형식적 불평등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조지아주를 비롯해 몇몇 주 의회들은 대선 선거 시 우편선거를 없애고, 투표장에 기다란 줄이 있어도 사람들에게 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등 내용의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소수인종의 투표권을 간접적으로 억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사례처럼 보인다.
(3) 수평적 차이는 지위적으로 수평인 관계 -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등 -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 수직적 차이는 지위적으로 차등이 있는 관계 - 직장 부서 내 상급자와 직원,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존재하는가이다. 남성과 여성 젠더갈등만 보아도 수평적 차이에 따른 (차이를 넘은) 차별을 목도할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위 세 가지 차이/불평등 양상이 한국 사회에 어떤 부분에서 나타나는지 1p 내외로 써오는 것을 과제로 내주셨다. 무엇을 쓸까 하다가 그냥 내가 평소에 느끼는 이야기들과 보고 듣고 배웠던 이야기를 한번 쭉 써보았다.
(1) 기회적 불평등 & 결과의 불평등
1) 기회적 불평등 : (부부라는 법적 지위도 하나의 지위 및 자원이라고 본다면) 성소수자의 경우, 애인과 법적으로 ‘부부’라는 지위를 가질 기회(권리)가 없다. 따라서 주택청약저축, 신혼부부 주택청약 등 주택청약을 할 기회(권리) 또한 없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동거하고 있는 커플의 경우, 애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수술을 할 경우 애인이 보호자가 될 기회(권리)가 없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커플이 동일한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할 기회(권리)가 없다. 이성애자들에 비해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2) 결과적 불평등 : 위에서 언급한 기회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주택청약도 하지 못하고, 보호자 지위로도 되지 못하고, 경제적 공동체조차 될 수 없다. 성소수자들은 세금도 내고, 병역의 의무도 하는 등 법적 시민이지만 동시에 부부로서의 지위를, 보호자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없는 법적 ‘비시민’의 지위를 향유한다.
(2) 형식적 불평등 & 실질적 불평등
1) 형식적 불평등 : (1)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애자와 다르게, 성소수자는 부부로서의 지위를 누를 수 없고, 보호자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없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이성애자들에 비해 시민권이 부분적으로 박탈되어있는, 또 다른 한편으로 모든 의무는 이행하고 있는, 이상한 존재이다.
2) 실질적 불평등 : 그렇다고 ‘시민연대 계약’ 같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적, 경제적으로 부부를 인정하는 제도는 궁극적 답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 답안은 결혼제도까지의 편입이라고 생각한다.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리 배지트 지음)에는 유럽의 한 국가에서 동성 파트너와 시민연대 서류를 제출하러 갔던 사람의 사연이 나온다. 그는 동성결혼이 통과되기 전, 시민연대 계약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관공서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혼인신고 창구에서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시민연대 계약 서류를 제출하는 사람들은 종합민원창구에서 민원인들, 각종 관공서 서류 제출인들에 끼여 제출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모욕감이 상당했다고 한다. 시민연대 계약이 법적 경제적 보장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실질적 불평등이지 않을까 싶었다.
(3) 수평적 차이 & 수직적 차이
: 성소수자의 가정 형성권 박탈은 수평적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성이 다를 뿐인데,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를 법적 제도권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님께서는 매주 제출된 과제들을 보시고 생각 나눌만한 내용을 익명으로 뽑아서 수업 초반에 PPT로 띄우고 읽어주시곤 한다. 놀랍게도 위 내용을 뽑아서 읽어주셨다. 교수님도 꽤나 인상 깊으셨던 것 같다.
내가 쓴 글이지만 "법적 시민이지만 법적 비시민의 지위를 향유한다"라는 표현은 명문장 같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근데 늘 글 올릴 때마다 성소수자에 대한 박복한 이야기만 올리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다소 거부감이 든다. 내 인생은 하루하루 무척 즐거운데 어두운 내면만 소개하는 것 같다. 소개팅하던 이야기, 소소하고 재밌던 일상 이야기도 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