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을까?
How did Korean society become exclusive atmosphere to LGBTQ+?
- 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부모를 다룬 다큐 [너에게 가는 길] 후기
- Review of the documentary, ‘Coming to you’, which is story about LGBTQ+ and their parents
(English is in the last paragraph)
1) 음양론과 한국 사회
우리나라 근현대 성담론의 뿌리는 음양론이었다. 언덕에 해가 비추면 양지(陽地)가 생기는 동시에 음지(陰地)가 생기는 원리처럼, 음양론은 ‘소극적-유약-부드러움’ 등을 상징하는 음과 ‘적극적-강함-나아감’ 등을 상징하는 양으로 만물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는 조선의 젠더 관념으로 적용되어, “생물학적인 몸을 음양개념과 결부시킴으로써 집안에서 남자-양-강함-선을 상징하는 아버지는 필연적으로 법도를 세울 수 있는 존재로, 여자-음-유약-악을 상징하는 어머니는 이를 따라야 하는 존재로 의미확장” 되었다(김미영 p.46).
문제는 음양론에 입각한 젠더 관념이 이성애 중심적이고, 타인 의존적이고, 이분법적이었다는 것이다. 음양론 관념은 이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결합을 당연시했다. 한 문헌에 따르면, 조선통신사로 파견되었던 유학자는 당시 일본에서 남성과 남성과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세상에 어찌 음이 없이 양끼리만 서로 정을 느껴 기뻐할 수 있겠는가?”(신유한, pp.353-355)라고 말했다. 이런 관념 가운데 성소수자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또한 음양론은 남성과 여성이 결합을 해야만 온전한 자연의 이치를 이룬 것으로 형상화했다. 음양론을 통해 “남녀를 합해 하나가 되어야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은 결국 인간 개체를 온전한 인격이 아닌 반쪽으로 불구화하는 것”이었다(한자경, pp.89-90). 그 결과, 불과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미혼(未婚)’은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未)가 아닌 아닐 비(非)를 쓴 ‘비혼(非婚)’이라는 단어는 이제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성소수자가 소외되는 것은 또한 매한가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음과 양이 너무 이분법적으로 적용되었다. 태극기에는 음과 양이 이분법적으로 존재하지만, 음과 양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역』의 원리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은 순양이나 순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하나의 양과 하나의 음이 결합한 존재도 아니다. 무수히 많은 양적인 속성과 무수히 많은 음적인 속성이 역시 다양한 층차로 갈라지는 양적인 운동 원리와 음적인 운동 원리에 의해 미세하게 얽힌 복잡 미묘한 존재다.”(한국유교학회, pp.218-219)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일명 남성호르몬)과 에스트로겐(일명 여성호르몬)이 동시에 존재하고, 여성에게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 동시에 존재하듯, 양에도 음이 존재하고 음에도 양이 존재하곤 한다. 이는 퇴계 이황 선생님이 지은 ‘성학십도’에도 분명히 그려져 있다(그림1).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적용된 결과, 남성에게는 남성성을 강조-기대하고, 여성에게는 여성성을 강조-기대하는 분위기가 국가 이데올로기로 강화되고 다양성이 억압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음양론에 입각한 젠더 관념은 “음양을 각기 분리된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중략) 어느 개체도 음이거나 양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자체 내에 음과 양을 동시적으로” 지니므로, “음양의 조화란 각 개체 내에서 실현되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인 온전한 인격이 완성되는 것”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한자경, pp.89-90).
게다가 우리 선조들은 유교에 너무 진심이었다. 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동아시아 어디에서도 한국만큼 중국 고대 제도를 재창조하겠다는 곳은 없었다.”(도이힐러, p.49)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 결과, 한국은 유교에 별로 진심이었지 않았던 일본보다도 성담론에 있어 보수적인 국가가 된 것같다. 중국은 유교 종주국이지만 다사다난한 근현대사를 겪어서 그런 것일까, 성담론에 한국보다는 개방적인 것 같고 “조선족 트랜스젠더 무용가 진싱(金星)은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로 각광”(경향신문) 받는 것 같이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만, 포스트 조선시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이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위 설명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어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본 사람이 6.4%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한국보건사회연구원, p.124), 사유리가 정자은행을 통해 출산을 했을 때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던 것도(청와대 국민청원), 입양 및 한부모 가정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왜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기가 꺼리게끔 학습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물결, 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미약하더라도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포용적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부모 및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도 과거에 비해 줄었고, 비혼이 곧 불효라는 옛 가치관은 많이 사라졌다. 또한 2021년 5월에 갤럽에서 발표한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 여론을 살펴보면, 20대 73% 30대 54%가 찬성하는 등 2030대를 중심으로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 포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갤럽).
2. 영화 [너에게 가는 길]
그리고 오는 11월 17일, 이렇게 보수적이지만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변화의 이정표가 될 영화가 개봉된다. 제목은 [너에게 가는 길]. 이 영화는 34년차 소방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계신 ‘나비’님과 나비님의 자녀 트랜스젠더(FTM) 한솔님, 27년차 항공 승무원으로 재직하고 계신 ‘비비안’님과 비비안님의 자녀 게이 예준님의 이야기이다. 어머니이신 나비님과 비비안님이 자녀의 성정체성-성적지향성을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게 된 이야기, 국가로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천신만고의 노력 이야기, 세상에 맞서 인권운동을 하게 된 이야기 등.
시사회에 초청받아 가서 영화를 시청했을 때, 나는 차마 눈물없이 볼 수 없었다. 다큐 속 나비님은 트랜스젠더 자녀를 온전히 인정하셨고, 비비안님 또한 게이 자녀를 온전히 인정하셨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보통 부모님들께서 자녀의 성정체성-성적지향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하고, 회피하고, 시스젠더 이성애자로 돌아오길 바래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 ‘부정’과 ‘외면’, ‘존재지움’이 더 잘 들려오는 맥락 속에서 성소수자 자녀가 온전히 인정받고 사랑받는 [너에게 가는 길]은 눈물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앞에서 살펴본 담론들을 고찰해볼 때, 자녀의 정체성을 ‘부정’과 ‘외면’하는 부모님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옛 세대 분들은 보수적인 독재정권의 20세기를 살아왔고, 앞에서 살펴본 담론의 문화적 유산들을 교육받았고, 이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결합이 자연적이라는 것처럼 교육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당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서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부정한다고 해서 성소수자가 이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성소수자는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 [너에게 가는 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에 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는 데에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 제목 [너에게 가는 길]의 ‘너’는 다양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나비님과 비비안님 입장에서 ‘너’는 ‘성소수자 자녀’였고, 감독님 입장에서 ‘너’는 관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녀가 성소수자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어른’, 혹은 ‘성소수자에 낯선 사람’ 모두 ‘너’가 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변화할 미래’ 또한 ‘너’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관대하지 못하지만, 그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당당하게 사시라.”
- 트랜스젠더 한솔님이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할 당시 담당 판사의 말
“이 영화는 한 번 보면 퀴어영화이지만 두 번 보면 가족영화, 세 번 보면 여성영화, 네 번 보면 인생영화가 될 것입니다.”
- 주인공 비비안님
차마 눈물없이 볼 수 없었던,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3. Summary
During Joseon Dynasty(1392~1910), Confucianism Yin-Yang theory formulated gender concepts in Korea. According to this theory, female was portrayed as weak, passive being(Yin), while male was portrayed as strong, active, enthusiastic being(Yang). Furthermore, it regarded marriage between male and female as ‘natural law’. Therefore, all male and female should marry to be harmonious and natural being in nature at that time. But this Yin-Yang theory is too heterosexual-centered notion, too dependent on other person, and too dichotomous thinking. In many other Confucianism books, there are yang in yin, and yin in yang. It was not dichotomous notion. Yin-Yang theory should have been understood as a principle in one individual, not as gender ideology, so that it could be inclusive ideology.
By the way, despite this kind of conservativeness and historical legacies, there are people who want to improve Korean society. This movie [Coming to you] is story about LGBTQ+ and their parents. In the movie, there are stories that parents struggled to understood them, and put their whole efforts to make society a better place. It was so touching that I could not watch it without tears. I hope this movie helps people to understand LGBTQ+ more and helps our society to become a better place for sexual minorities.
*** 본 포스팅은 영화 홍보사의 초청으로 11월 12일에 시사회에 참석하여 쓰게 된 영화 홍보글입니다. 홍보 이렇게 학술적으로 하면 안될 것 같은데... 글 방향이 생각이 나지 않아 제 방식을 추구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위 학술 내용은 동양철학 및 사학 전문가님들의 서적을 읽고 이를 인용하는 형태로 재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짧아 틀리거나 놓친 부분도 존재합니다. 평범한 학부생의 레포트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공자의 나라 중국…‘동성결혼’에 62%가 찬성」, 『경향신문』, 2019.12.3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2302204015>
「데일리 오피니언 제448호(2021년 5월 3주) - 코로나19 정부 대응 평가·이유, 동성결혼 법제화, 동성애 관련 인식」, 『갤럽』, 2021.05.20.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210>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2021.03.25.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178>
김미영, 『유교문화와 여성』, 살림 출판, 2004년 초판
마르티나 도이힐러, 『한국의 유교화 과정 - 신유학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훈상 옮김, 너머북스 출판, 2013년 1판
신유한, 『해유록 - 조선 선비 일본을 만나다』, 김찬순 옮김, 보리 출판, 2006년 9월 1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 인식 연구』, 2019년
한국유교학회, 『유교와 페미니즘』, 철학과 현실사, 2001년 초판
한자경, 『일심의 철학』, 서광사 출판, 2002년 제1판 제1쇄